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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향의 다듬이 소리 5회] 사랑스런 치유의 계절

기사승인 2020.10.12  07:4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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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에 묻은 슬픔을 달래며

[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가을이 되면 사람들의 가슴도 낙엽처럼 물이 든다. 왠지 모를 외로움과 쓸쓸함에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고 싶고,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인생의 심각한 생각에 빠져들기도 한다. 이렇듯 한 해의 길목 가을은 고독한 존재, 우리의 삶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한다.

울어야 할 사람들이 울 때는 지금 가을이다.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가슴에 묻고 묻은 슬픔까지 낙엽들의 속삭이는 소리에 위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을의 유혹은 센티멘탈리즘의 고독이다. 지난 일을 반추하며 뼈저린 허무의 진실을 알게 해 주는 거대한 자연은 자유 속에서 우리는 단지 하나의 작은 존재임을 깨닫게 한다. 그래서 시인들은 자연의 숨결소리, 자연의 언어와 목소리를 대신해 시를 짓는 게 아닐까.

향가에 능했던 신라의 시인 월명사는 희귀하게 남은 시의 하나인 ‘제망매가’에서 “가을 이른 바람에/ 여기 저기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한 가지에서 나서/ 가는 곳 모르누나”라는 시로 세월을 뛰어넘어 우리의 가슴을 울린다.

먼저 떠난 누이가 그리울 때면 그는 길을 가다가도 피리를 불었는데, 그 피리소리는 영혼까지 흐느끼게 하여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다고 한다. 그는 ‘제망매가’ 시처럼 고독까지 초월하는 예술의 영혼을 남김으로써 영원히 살고 있다.

가을이 주는 적막은 분명 달콤한 고문이다. 혼자서 이겨내야 하는 혹독한 시련이기 때문이다. 실존주의 작가들은 인간을 ‘우주의 고아’라고 했다. 외로움처럼 견디기 어려운 것은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시대, 오늘의 우리에게 혼족, 혼밥, 혼행, 혼술 등은 무엇을 뜻하는가. 또 고독사의 비정한 말속에 숨어 있는 것은 무엇일까?

깊은 밤, 차가운 빗줄기에 떨어지는 낙엽에서 스며드는 뼈저린 고독을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그 지독한 고독의 아픔에서 과연 우리들은 우정과 사랑으로 진정 벗어날 수 있을까.

낙엽의 화려함과 고뇌의 만남, 그 갈등은 상처로 남는 것이 아니라 성숙되어 가벼워진다. 흠집 난 낙엽도 그저 지나칠 수 없는 이 계절은 사랑스런 치유의 가을이다. 가슴에 남은 슬픔은 오히려 진정한 삶의 열매로 승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행복해서 사는 사람은 없어도
행복해지기 위해 사는 사람은 많지…박소향

시인 박소향
한국문인협회과 과천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과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박소향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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