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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국의 췌장-림프 등 6종 암투병기 5회] 췌장암은 절체절명의 죽음, 그 올가미?

기사승인 2020.10.13  00:5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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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으로 돌아온 거 정말 잘 했어. 너, 멋진 놈이야!

[골프타임즈=정병국 작가] 선택은 하나였습니다.
물 맑고 공기 좋은 심산유곡의 황토 집에서 요양하든가, 아니면 급한 상황이 일어나면 즉시 병원으로 실려 갈 수 있도록 현재의 아파트에서 투병하든가.

퇴원예정일이 가까이 다가오자 선택의 갈등이 절망으로 변했습니다. 산으로 가든 도시에 있든 절망의 핵심은 ‘과연 내가 췌장암으로부터 목숨을 건질 수 있는가?’의 끝없는 자문자답이었습니다.

사망률 94%의 의학적 통계에 그나마 6%도 수술예후가 안 좋아 대부분 일 년 이내 유명을 달리하는 췌장암에 갑상선샘까지 겹친 ‘투병 전장의 선택’이 진정 가치 있는 결정인가, 답을 내릴 수가 없었습니다.

2020년 가을의 시월 새벽.
그때 암병원 입원실에서처럼 어둠뿐인 창밖을 내다보다가 창문 유리에 비친 저에게 물었습니다. 8개월여 항암치료 후유증으로 손발 신경세포의 거부 통증과 몸무게 45kg의 앙상한 저에게 퉁명스럽게 던졌습니다.

“끝내 너는 아무 것도 선택하지 않았어. 도대체 무슨 배짱이었나?”
“배짱?”
“마치 아무런 일 없었다는 듯 일상으로 돌아왔어. 그게 말이 되느냐고?”

그게 말이 되느냐고?
그래요. 맞아요. 말도 안 되는 행동이었지요. 죽음이 바로 눈앞에 다가왔는데 어떻게 뇌 없는 사람처럼 무덤덤하게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느냐는 의심에 창문 유리 속 ‘저’는 조금도 주저 없이 대답했습니다.

“내게는 선택과 포기 그 어느 것도 필요하지 않았거든.”
“그건 또 무슨 미친 소리야?”
“선택이든 포기이든 그것은 절망의 몸부림으로 잡는 지푸라기지. 난 그걸 거부했어. 하나 물어보자. 췌장암은 어느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죽음, 그 올가미일까?”

2020년 시월 오늘의 내가 2008년 입원실에서 새벽어둠을 지켜보는 ‘나’의 어깨를 감싸 안고 등을 토닥이며 처음으로 실토했습니다.

잘 했어!
아무런 일 없다는 듯 출판사로 돌아와 소설을, 시를, 수필을 쓰며 문예계간지도 발행하는 거 잘 했어. 너, 정말 멋진 놈이야.

‘넋 나가다’

2007년 12월 29일 독일내과 췌장암 진단
2008년 1월 2일 서울삼성병원 정밀진단 입원 수속
2008년 1월 9일 암병원 입원 갑상선샘 암 추가 발견
2008년 1월 15일 오전 6시 8시간의 췌장과 갑상선샘 암 수술

긴박하게 돌아간 상황
중환자실에서 일반입원실 창가에 눕자
비로소 돌아보는 20여 일

수술 전날 인터넷으로 확인한 췌장암
통증이 왔을 때는 이미 말기로 94%가 치료 불가
6%도 수술 후 예후가 안 좋아 대부분 사망
결국 100% 죽음의 암이라는 병명에
혼미해진 영혼

암 부위 30%를 절제했지만
몇 개월 내 죽는다는 강박관념 속으로
곤두박질치며 넋이 나갔다

의사의 회진 질문조차
귀 닫아 버린 절망의 구렁텅이

밤마다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깬 새벽
창밖 어둠에 자지러든다

소설가 정병국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대표,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발행인, 한국문협 회원으로 월간 현대양계에 콩트 연재중이다. 시집 ‘새 생명의 동행’, 소설집 ‘제3의 결혼’ 외 다수가 있다.


정병국 작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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