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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의 샘터조롱박 5회] 자연…어디든 갈 수 있다

기사승인 2020.10.15  07:4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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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하늘, 뭉게구름, 서풍만 있으면

▲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가을이다.
하늘은 높고 푸른 도화지에 뭉게구름 피어오른다. 어느 시인이 노래했다.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고. 창문을 통해 본 가을하늘은 들판만큼이나 풍요롭다.

하늘 가득 피어오르는 구름의 향연! 물결치듯이 하늘 한 자락을 차지한 비늘구름, 양털이 듬성듬성 뭉쳐 보이는 양떼구름, 수평선을 그리듯 하늘 밑자락에 선을 그어버린 층층구름, 솜털 같은 뭉게구름이 있는가 하면 두꺼운 회색구름이 몰려오면 비구름이다. 비구름은 불어오는 서풍에 밀려 흔적도 없는 자리에 뭉게구름 피어오르는 자연의 그 오묘함을 눈으로 담는다.

봄볕은 며느리를 쬐고 가을볕은 딸을 쬐게 하다잖은가. 가을볕에 들판은 황금물결이요, 낙엽은 붉고 노란빛으로 단풍 드니 하늘과 구름과 산야가 온통 형형색색이다. 그렇게 자연으로 돌아가는 낙엽처럼 우리도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갇혀있던 일상에 찾아 든 가을하늘! 그 하늘에 노니는 구름처럼 떠나고 싶다. 재택근무에 여행도 자제하여야 하고, 학교와 유치원도 휴교령에 원치 않던 방콕, 집콕이었으니 이 가을에 구름처럼 바람처럼 여물어 떨어지는 낟알처럼 떠나고 싶다. 떠나야 할 사람이 어디 한둘이런가.

건강한 팔십구 세를 구사하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어머니에게도 가을하늘이 보이시련가. 주사바늘의 고통에서 벗어나시길 서풍바람에 전해본다. 이사해야 하는데 구할 집이 없으니 그 하늘 한 견에 구름 집 하나 지어주라고 손 건네 본다. 이제 세상 구경한 아가에게 등에 혹이 있다고 신생아실에 가두었으니, 그 아이에게도 도깨비방망이가 쳐내듯 혹이 사라지길 구름에게 소리친다.

병원 문을 나서며 맞는 가을하늘, 구름과 함께 떠나본다. 바람에 스러지는 구름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세상살이가 가을하늘 같기만 하다.

노경민 작가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노경민 작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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