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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향의 다듬이 소리 7회] 서글픈 순위

기사승인 2020.10.26  08:2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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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시인의 가치는

[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시인의 언어는 모욕적이도록 외롭고 아름답다. 낙엽이 주는 고독은 또 얼마나 슬프도록 매혹적인가. 지나온 발자국마다 수많은 사연들이 하나씩 내려와 박혀 가을밤을 지새워도 좋을 시어가 된다. 감나무 가지에 걸린 별들이 새벽이슬에 사라질 때까지 시인의 머리맡은 뜨겁고도 냉정하다. 끝나지 않은 고독은 사람들의 가슴에 풀지 못한 숙제처럼 흔들리고, 포기하지 못한 인생의 뒤안길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시간의 터널은 생각보다 짧고 허름하다. 보이지 않는 길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 것도 모른 채 아우성을 치며 달려가지만, 문득 뒤를 돌아보면 너무나도 허무한 그림자에 매달려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비로소 길이 끝났을 때 소중한 것들은 다 잃어버린 자아를 만나면서 말이다.

당신의 시간은 어디까지인가? 나의 시간은 또 어디까지인가? 아무도 알 수 없는 신의 영역 그 마지막 인사는 흔들리는 방황이 아닌 황홀한 고립의 인사이기를 바라며, 시인의 글은 시작된다.

알 수 없는 인연의 끝에서 스치는 옷자락은 한낱 시간의 조각일 뿐, 비루한 이곳을 떠나야 할 때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듯이 우리는 그저 바람에 섞여 떠도는 빈손일 뿐이다. 가질 수 없는 것을 위하여 축복의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미련한 군상 속에서 나만의 삶을 지키는 일, 그 위대하고도 사소한 일상을 무시하지 말자.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했다. 이 시대 진정한 시인의 가치는 무엇일까? 시의 의미는 또 얼마만큼의 가치일까? 우리나라에서 연간 수입이 가장 낮은 직업을 조사해 소개한 것을 본 적이 있다 1위가 시인이고, 2위는 수녀, 3위가 신부라고 했다. 참으로 서글프고 비정한 순위라는 생각에 웃음만 나왔다. 예술가는 꼭 배가 고파야 하는가.

시(詩)도 사람도 아직 담을 것이 있음을 감사할 때 그 인생은 비로소 빛이 난다. 부디 그 남은 곳에 사랑을 담기를, 우리의 가슴은 시어처럼 따뜻하고 아름답기를 바래본다. 높은 밤하늘에 차갑게 반달이 빛나는 이 가을밤이 아쉽지 않도록 시와 시인의 가치도 그렇게 빛나고 높아지기를 바란다.

시인의 언어에는 환각제가 묻어 있어서
당신의 감성과 마음을 마비시킬 수 있다…박소향

시인 박소향
한국문인협회과 과천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과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박소향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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