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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의 시詩산책 87회] 서화담의 제자들-황진이 70

기사승인 2020.10.28  00:4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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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담의 제자들-황진이 70

지신地神은 생물의 특징에 따라
살 자리를 마련해줬다
도죽桃竹이 오산鷔山* 꼭대기에서
뿌리내리게 한 것도 그러하다

한 스승에게서 배운 제자들이
서로 다른 길로 흩어져 가는 것도
그런 이치이다
스승은 그들의 미래를 책임지지 않는다

솔잎을 씹으며 산으로 떠난 박지화
문장이 치밀하고 뜻이 깊은 박민헌
벼슬은 오래 했지만 생활이 검소했던
허균의 아버지 허엽
마포 강변에 토담집 짓고 신수를 보던 이지함
영의정까지 올라 퇴계와 율곡을 가까이 하던 박순
경학역리經學易理에 예禮까지 갖춘 민순
이들이 이목구비는 깊은 산 계곡과 같았으니
그 틈에 끼어 화담이 눈을 쪼개보던 진이는
매화나무에 앉은 꾀꼬리였다
    
-저자 이생진 시 [서화담의 제자들] 전문-

*오산 발해 한가운데 있는 큰 바다에 자라가 등으로 떠받쳐 떠 있다는 산. 그 속에 신선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이생진 선생의 [내가 백석이 되어 그 사람 내게로 오네] 시집 머리말을 들춰보면-고독이 얼마나 많은 시를 불러오는지, 외딴 섬을 혼자 걸어 본 사람은 알 거다. 실제로 혼자 지내는 일상이 자유롭고 행복하다고 하시면서 시에는 시가 그리워하는 대상이 있다. 내 사랑처럼 내 가슴에 묻어둔 사람들의 사랑이야기, 천 년 전 사람이나 십 년 전 사람이나 모두 황진이 같고, 매창 같고, 자야 같다고 했다.

이생진 선생은 토요일마다 가판대에서 각 신문을 사신다고 한다. 이유는 토요 신문에는 신간 책들이 올라 있어 책을 골라 구독해 1주일동안 그 책을 정독한다. 실제로 선생님 댁 거실바닥에 막 뜯은 박스 속 책, 넓은 거실 벽을 꽉 채운 서가로 빙 둘러 있었다. 학생을 가르치던 학자로서의 길을 역사 속 옛날 선비와 그 사람들의 애인과 고도의 섬과 고독을 벗 삼아 살아간다.

위에 시 속에 등장한 서경덕(호 화담)의 제자 박지화, 박민헌, 민순, 허균의 아버지 허엽, 박순, 이지함, 황진이, 퇴계와 율곡. 그리고 시인과 사랑을 함께 나누는 백석과 자야, 이 향금(호 매창)과 함께 시대를 넘어 진한 사랑을 나누는 시인이다.

정옥임 시인
1996년 ‘문학21’로 등단, 황진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시 영문번역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시인은 ‘시 읽는 사회를 위하여 나는 시를 읽고 시를 쓴다’ 등 시집이 있다.


정옥임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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