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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향의 다듬이 소리 8회] 당신의 가슴에는 어떤 상처가

기사승인 2020.11.02  0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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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낙엽의 구멍에 가만히 기대어보자

[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왜 구멍 나고 상처 난 낙엽에 더 눈길이 가는 것일까?
자신만이 알고 있는 상처의 비밀을 알고 있는 듯해서일까?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아 다행인 것처럼 살짝 미친 듯한 웃음으로 이 작은 상처의 발견을 책갈피에 끼워 놓을 때 가을은 끝이 난다. 영원히 마른 몸으로 견딜, 잎의 미라를 만드는 이기심의 발로는 어디서 온 것인지도 모르면서.

아마도 무엇인가 닮았다는 이유로 너무나 많은 치유의 시간을 감내해도 좋은 동질감이었을 것이다. 상처란 본디 아파야 하는데, 쓰라린 동통에 힘들어야 하는데 간혹 상처 위에 덧입혀진 군더더기 때문에 덧난 상처도 무뎌지게 하는 성스런 낙화의 힘일지도 모른다.

가을이 깊을수록 상처 난 낙엽들의 아우성도 들끓는다. 누가 부르던 불협화음인지 이 가을의 깊은 상처는 슬픔보다 더 슬프게 향기를 내고 있다. 말라버린 껍데기를 기어이 제 가슴에 끼워 말리는 아집은 또 누가 허락한 용기인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가장 낮고 허름한 바닥에서도 불평등은 여지없이 난무하고, 갈 곳 없는 사람들만 고스란히 그 몫을 감당하는 사각지대, 그래서 어떤 상처는 영원히 치료불가의 자국이 되기도 하고 평생의 트라우마가 되기도 한다.

당신의 가슴에는 어떤 상처가 있는가? 이제는 그 상처로 땅 위에 뒹구는 구멍 난 낙엽의 몸을 덮으라. 지나가는 것도 상처 일부이려니, 아픈 상처도 상처이고 아프지 않은 상처도 상처이기 때문이다.

내가 상처를 돌보지 아니하면 상처도 나를 돌보지 않는다. 허름하고 헤진 낙엽의 상처를 모르는 척한다면 가을은 만추의 아름다운 낙화를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 상처로 인하여 한때는 눈물의 바다였고, 한때는 고통의 폭풍우이었으나, 그 상처로 인해 낮아지고 그 상처로 인해 사랑을 완성했다면 자신을 견고히 서게 한 인내의 시간은 헛되지 않은 것이다.

다시는 못 볼 시간이어도 여전히 고고함으로 지는 낙엽처럼 냉정한 고립의 문을 두드려 보자. 상처의 끝은 디엔드가 아닌 해피엔드이길 바라며, 이 가을 구멍 난 낙엽의 상처에 가만히 기대어 보자.

가장 단순하고 보통인 그 상처가 마음을 치료한다…박소향

시인 박소향
한국문인협회과 과천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과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박소향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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