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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승려 시인] 주택가 골목 담벼락에 시 심는 행복사 주지 능인 스님

기사승인 2020.11.02  10:3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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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따라 생각하며 거듭나는 행복한 삶 시화(詩畵)에 담아

▲ 예선당 앞의 능인 스님

[골프타임즈=정병국 작가] 참선(參禪)보다 행선(行禪) 위주로 공부하는 능인 스님. 지난해 ‘능인의 허튼소리’ 시집을 출간하더니 올해는 ‘담벼락에 시를 심는 스님’으로 서울 강북구 4․19길로 12길 주택가의 화제 중심에 섰다. 능인 스님이 시를 심은 곳은 예선당(藝禪堂)과 사찰 행복사의 담벼락이다.

예선당은 예(藝), 음악과 시를 통해 선(禪)을 공부하는 능인 스님이 악기 연주로 흥분한 마음을 시와 단상의 글로 정리하는 수행처이다. 스님은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에서 시와 시조 부문에 등단했고, 악기는 키보드와 아코디언, 기타, 색소폰을 연주한다. 요즘 해금과 드럼을 배우고 있다.

담벼락의 시화전 명칭은 ‘행복사의 길’. 시를 통해 ‘길 따라 생각하며 거듭나는 삶의 길을 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길이 19m, 높이 2.5m에 22점의 시화가 전시돼 있다, 담벼락 안쪽으로도 길이 7m의 벽에 그림 8점과 시 3점이 걸려 있다.

코팅 인쇄의 시화는 A3 프린트지 크기. 달포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 10월 1일 개막했다. 지역주민의 정보제공으로 10월 31일 능인스님을 만났다.

▲ 담벼락 시화 전경

도시 주택가에서의 쉽지 않은 시도이다. 동기가 무엇인가요?
각박하고 혼란스러운 시대적 현실이 안타까워 담벼락의 그림과 시로 대중들에게 마음의 안정과 삶속 여유로움의 길을 열어드리려고 준비했습니다.

담벼락 그림이 옛 토담처럼 친밀하다. 왜 토담인가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향수가 남다릅니다. 굽이굽이 돌아가는 고향 산길과 토담은 어려움에 빠져있을수록 더욱 그리울 수밖에 없어요. 사는 게 어렵고 혼란스러운 사람들이 정겨운 토담 그림에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시를 만난다면 고향의 품에 안긴 듯 평온할 거라는 생각에 토담을 그렸습니다.

스님 시인이라 당연히 포교의 불교시를 전시할 줄 알았는데 아닙니다.
배고픈 이에게는 밥을 줘야 하고 헐벗은 이에게는 옷을, 그리고 병든 이에게는 약을 줘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불교니 부처님이니 하는 종교적 단어들만 불교의 포교라고 생각하는 것은 작은 가르침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순수한 마음이 담긴 시가 오히려 밥과 옷, 그리고 약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이 세상 모든 분이 제도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저잣거리의 서민들 애환의 소리도 부처님의 법음이라 생각합니다. 이 법음의 소리를 가슴으로 받아들일 때 너와 나라는 가로막음의 벽도 허물 수 있지요.

지역 주민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무척 좋아하십니다. 특히 이 길목을 지나 등산하는 분들이 시를 배경으로 사진 찍는 모습을 보면서 신기하다고 자랑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등산객 등 지나는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발길을 멈추고 시를 읽는 등산객에게 다가가서 소감을 묻기도 하는데 정말 좋다고 합니다. 어떤 분은 “스님! 이 시화를 떼어 가면 어떻게 하려고요?” 하기에 “저의 시가 좋아서 가지고 간다면 영광이지요.” 했더니 정말 대단하다며 큰 웃음으로 격려까지 해주었습니다. 더러는 예선당(藝禪堂)에 들어와 차를 마시며 법담도 하면서 쉬어가기도 합니다.

▲ 시화를 감상하는 시민

시화는 정기적으로 교체되는가요?
6개월에 한 번 정도 교체할까 합니다.

사회봉사 활동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밝힌다면?
그것은 밝히고 싶지 않습니다. 덕은 음덕이 크다고 하지 않습니까. 당연하게 해야 할 일 조금 했다고 시시콜콜 밝히는 건 잘못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곳만 찾아서 부처님께서 주신 저만의 방법으로 하고 있습니다.

스님으로서 중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은?
큰 산 밑에서 불이 나면 짐승들은 흥분하여 산 위로만 오릅니다. 요즘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대부분 이처럼 이성을 상실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하루빨리 물질과 황금만능주의, 그리고 근거 없이 떠도는 말에 현혹되지 않기를 간절하게 바랍니다. 올바르고 뚜렷한 자신의 주관으로 내일을 가꿔가는 깨어 있는 마음이기를 기도합니다.

▲ 능인 스님 ‘바느질’ 시화

 

정병국 작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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