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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향의 다듬이 소리 10회] 십일월의 감정과 감성 사이

기사승인 2020.11.16  01: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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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계절도 하나 늦가을의 하늘도 하나인데, 마음만 여러 갈래인 십일월. 허공 끝에서 잠꼬대처럼 떠돌던 달 하나가 로그아웃 되면, 먼 기억의 문을 두드리듯 어둠 저 편에서 소환되는 또 다른 색의 짙은 계절이 있다.

문득 시간을 역행하는 순간 추억할 것이 하나도 없다면 얼마나 불행할까. 밥을 먹는 시간,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시간, 때가 되면 챙기는 기념일, 여행을 마치며 공감하는 추억들, 비 오는 저녁 차 안에서 듣는 빗소리, 첫눈 오는 날의 짧은 약속, 이 모든 추억을 함께 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무슨 미련으로 화해의 감정을 소환할 수 있으랴.

마음과 마음으로 이어지는 것이 하나도 없어 타인일 수밖에 없는, 그래서 감싸 안을 수 있는 조건이 전혀 없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 감정 사이에서 허공에 울리는 메아리처럼 그저 원초적 옷깃만 존재하게 할 뿐이다. 용서와 배려, 이해와 사랑을 모두 배제하고 모른 척 해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게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 사물들 사이 관계는 감정과 감성 사이에서 어려운 함수처럼 풀지 못하고 남겨진 물음표인지 모른다.

만추의 달빛 아래 죽어도 좋을 만큼 원 없이 푼수를 떨고 다시 혼자가 된 바보 같은 달 십일월. 자정이 오면 슬그머니 문을 두드리던 유령의 그림자도 사라지고 졸린 눈으로 늦가을의 실루엣만 창문에 어리어 밤을 덮치던, 달빛마저 쿨한 냉정과 열정사이 같은 그 십일월이 지나쳐 가고 있다.

늦가을 흐린 하늘에 엽서 한 장 띄워보지 못한 채, 수많은 감정과 감성 사이에서 시작만 하다 끝나고, 시작도 하기 전 끝나던, 시작과 끝이 너무 짧아 허무할 시간도 없던 계절. 한 시절 들끓던 꿈속의 라스트 로맨스처럼 비 내린 후 가을이 끝나가고, 계절의 끝에서 그렇게 젖은 자아를 추스른다.

바람에 날려 갈 곳 모르는 나뭇잎처럼 빗나간 감성은 순리를 이길 수 없는 만추의 낙엽 같았기에, 다시 오지 않을 쓰디쓴 실패로 얻어진 경험의 대가는 산정을 오르는 알피니스트처럼 모험을 통해 행복을 얻어내는 값비싼 경험이라고 해 두자.

짙은 빛의 감정과 감성 사이 만추의 달빛이 공갈빵처럼 부풀어도, 실패한 관계의 불감증처럼 냉정한 현실을 받아들이게 하는 허무 앞에 굴복하지는 말자. 프레디 머큐리는 떠나고 나는 태어난 십일월, 그 밤에 보헤미안 랩소디를 들으며 슬픔을 주는 모든 것에 용서의 굿나잇을 한다. 행복은 양보할 수 없는 우리 인생 최대의 목표이기에.

달빛 아래 포도주 한 잔으로
감정과 감성 사이는 화해할 수 있을까…박소향

시인 박소향
한국문인협회과 과천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과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박소향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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