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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향의 다듬이 소리 11회] 나로 사는 것

기사승인 2020.11.23  08:3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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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명의 도전이 가혹할수록

[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만추의 끝자락은 뼈마디를 건드리는 바람보다 더 차갑게 마지막 한 잎마저 떨어뜨린다. 낙엽 속에 묻혀 어디론가 가고 싶은, 어디든 떠밀려가서 방황의 끝을 보아도 좋은, 나쁜 생각들을 그냥 내버려두고 쓸쓸히 이 자리를 떠나고 싶도록 말이다.

산다는 것은 시처럼 서정적인가? 헤즐럿 향기처럼 신비로운가? 긴 목의 사슴처럼 정말 슬픈 것인가? 나의 내면에 울퉁불퉁한 그 것들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나는 무엇을 찾으며 어디를 가고 있는 것일까? 변덕스럽고 미운털 같은 추하고 냄새나는 그것들. 그것들을 먼저 사랑해서 나도 온전한 사랑이 되고 싶다.

그동안 나를 무시하고, 누구를 만나고, 나를 잊고 무엇을 생각하고, 나를 팽개치고 어디를 가고 있었던 걸까. 내 안에 이미 있었던 것들인데도 나로부터 시작한 그 모든 것을 버리고 무엇을 찾고 있던 걸까? 폴 고갱이 마지막으로 남긴 작품에 긴 제목을 달았던 것이 기억난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 것인가?’ 그가 마지막 대작에 이처럼 긴 제목을 달았던 것을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인생이란 무엇인지 묻게 한다.

지난 일들을 되새겨 보며 나도 미안 하구나, 나에게 잘못 했구나, 나에게. 누군가를 덧입고 누군가가 되기 위해 달려왔던 못된 날들…. 그날들을 버리고 온전한 내가 되었을 때 비로소 나의 모든 것에게로 가야지. 나도 나로 살아야지 하며 오래 전부터 누구나 생각해 왔던 질문과 답을 스스로에게 한다.

화해하지 못한 죽음의 덫이 온 생애를 물기 전에 내 안의 것들과 동행하고, 내 안의 것들과 화해하며 사랑하고 싶다. 내가 외면하고 미워했던 나의 그것들과 말이다. 나쁜 생각들이 꼭 나쁘지만은 않았구나 싶은 오늘의 슬픔과 고독, 사랑과 진실, 행복과 죽음 등 그동안 내가 고심했던 모든 문제들이 새삼 가슴을 울려준다.

마지막 열정 만추의 세상에서 너를 보듯 노을 닮은 나뭇잎에서 상처투성이의 끝을 본다. 가슴에 남은 것이 없어 나쁜 생각만 하던 날, 고독에 지친 검은 새 한 마리 섧게 우는데 잡히지 않아 못내 슬픈 먼별처럼 어둠에 섞이는 나를 보며 한 계절이 끝을 맺듯 내 마음도 다시 정리해 본다.

아, 산다는 것은 바로 나다.
내가 없으면 이 세상도,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기에 이제 나는 나를 사랑하는 법을 다시 배워야겠다. 늦었지만, 많이 늦었지만 나를 좀 찾아야겠다. 나를 좀 만나야겠다. 세르반테스가 그토록 불행하고 가난한 환경 속에서 돈키혼테 같은 멋있는 낙천가를 창조해냈듯이 운명의 도전이 가혹할수록 오히려 더 강인한 ‘나’라는 명작을 남기는 나를 이끌어낼 것이다.

당신 안에 있는 나의 나는 어디쯤 있는가…박소향

시인 박소향
한국문인협회과 과천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과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박소향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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