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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의 샘터 조롱박 11회] 귀하고 소중한 보물 ‘손녀’

기사승인 2020.11.26  08: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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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와의 만남은 생명의 축복, 그 자체

▲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축하합니다. 공주님입니다.”
친구 딸아이가 결혼하여 얻은 보물이다. 녀석은 어찌나 급했던지 예정일보다 두 달을 먼저 나와 세상 구경하자 하니 인큐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1.2kg의 작은 체구는 이십팔일 만에 튼실해져 엄마 품에 돌아왔다.

친구는 병원비가 걱정되어 생각했던 비용에 곱으로 딸아이에게 하사했는데, 의외로 병원비는 눈곱만큼 나왔다. 출산 장려로 나라에서 보조해주어 부담이 없단다. 마음이 넉넉해지면서 슬쩍 돈 생각이 나 딸아이에게 반반하자 했더니 이미 끝난 일이라며 딱 자르더란다. 여하튼 아이는 쑥쑥 자라주니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나에게도 두 번째 손녀딸이 찾아왔다. 이 녀석은 예정일이 지나도 기척이 없더니 뒤늦게 4.2kg란다. 더 놀라운 건 등에 혹을 하나 달고 나와 안아보지도 못하고 신생아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희소병 ‘척수 수막염’이란다. CT에 MRA도 찍으며 숨죽인 시간이 흘렀다.

닷새 만에 엄마 품에 돌아온 손녀딸은 평온해 보였다. 분유 먹고 코 자고, 기저귀를 적시며 살이 오르기 시작했다. 백일이 지나야 등의 혹을 제거할 수 있단다. 한 달이 지나니 눈도 마주치고 옹알이도 한다. 다만 등의 혹만 건드리지 않으면 잘 자고 잘 논다. 천 명 중에 한 명 걸린다는 희소병이라지만, 뛰어난 의료진이 있고, 수술 후의 관리만 잘하면 생활하는 데 지장 없다니 안심이다.

출산이 어려워졌다. 건강한 산모라도 알 수 없는 환경에서 오는 질병을 이길 수 없는 것 같다. 임신도 어렵고 출산도 쉽지 않다. 예전 할머니는 일하다 밭두렁에서도 순풍 낳은 아이들이 잘 자라주었는데, 온갖 의료기로 무장한 요즘 아이들은 오히려 더 탄생의 힘겨운 싸움을 하는 게 안타깝다. 나라에선 더 많은 출산장려로 ‘다둥이’에게 오천만 원까지 지원해준다는데, 내가 힘이 있으면 어찌해보련만 씨도둑도 안 되니 손녀 보는 육아역군으로 거듭날 수밖에.

딸 다음에 아들을 낳았다. 아들 출산 후의 한 달이 지났나. 부대로 예비군 훈련을 간다며 짐 챙겨간 남편이 하루 만에 돌아와 특별휴가란다. 나라의 ‘하나둘 낳아 기르기 무료 정관수술’을 하면 훈련도 쉰다고 상의도 없이 묶어 더 낳고 싶은 가슴에 한이 됐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 해도 명절 등 대소사엔 북적거려야 사람 사는 맛인데 이를 남편이 진즉 막아버렸다. 세월이 한참 흘렀으니 이제는 씨도둑도 못 한다는 엉뚱한 생각에 피식피식 웃으며 손녀 보는 맛에 빠져 산다.

작게 낳아 크게 키우고 무탈하게만 자라 달라고 성황당에 빌던 두 손으로 축수한다. 첨단 의료로 등의 혹을 흔적도 없이 수술한 후 고통 없이 쑥쑥 자라기를.

노경민 작가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노경민 작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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