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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국의 췌장-림프 등 6종 암투병기 16회] 2021년 신축년은 암 극복의 해이어라

기사승인 2020.12.29  00:4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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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후배와 친구, 문우들이 보내주는 쾌유의 성원

[골프타임즈=정병국 작가] 항암제 복용과 항암주사의 후유증은 참으로 끈질깁니다.
췌장암 재발과 위와 십이지장, 담낭 등 완전 절제수술을 받은 후 8개월간 지속한 항암치료는 한마디로 ‘끔찍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8차의 항암치료가 끝난 지 1년 4개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후유증으로 시달리고 있습니다.

열 손가락의 끝마디는 아직도 감각이 무됩니다. 차가운 물이 닿으면 아린 것은 젖혀놓더라도 단추가 있는 와이셔츠는 아예 입을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단추를 잠그거나 푸는데 너무 힘들어 짜증이 폭발하기 때문입니다. 한번은 그 짜증과 분노를 참아내지 못하고 옷을 찢어 내동댕이쳤습니다.

음식도 차가운 것에는 얼씬도 못 했습니다. 수저도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사용했으니까요. 무심코 찬물이라도 한 모금 마셨다가는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 쥐고 뼛속까지 파고드는 통증과 싸워야했습니다. 주치의 선생님의 항암치료에서 어쩔 수 없는 후유증이라며 일 년 이상 지속할 수 있다고 했지만, 정말 끈질긴 폭력(?)입니다.

다행히 지금은 후유증이 많이 풀려 차가운 음식을 먹고, 손가락 열 마디도 불편한 대로 견뎌낼 만합니다. 문제는 두 발입니다. 2019년 2월 항암치료를 시작하면서 감각에 이상증후를 보이더니 퉁퉁 부었습니다. 엄지발톱부터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걸을 때 발바닥에 무엇인가 밟히는 느낌에 운동화를 벗어보면 아무것도 없습니다.

볼이 넓고 푹신한 운동화도 신을 때마다 탕탕 텁니다. 그냥 신으면 발바닥에 자갈 등 이물질이 밟히는 것 같아서입니다. 이 정도는 이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지만, 일 년 사 개월 동안 퉁퉁 부은 발과 발목은 이해불가의 증상입니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무릎 밑의 종아리와 발의 감각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습니다. 그러나 발가락이라도 조금 움직이면 어떤 신경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마치 저린 듯 ‘순간 반응’이 일어납니다. 그 반응은 통증은 아니지만, 무엇이라고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고통입니다.

이해불가의 현상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방바닥도 따뜻하고 두터운 수면양말을 신었는데 발등이 시립니다. 마치 발등에 하얀 눈이 살살 뿌려지는 듯 시려 이불 속에 넣어도 가시지 않습니다. 욕실로 들어가 더운물에 담그면 그때뿐, 잠자리 때마다 신경을 날카롭게 합니다.

경자년 2020년이 저물어갑니다.
지난 일 년의 투병을 돌아보다가 항암치료의 후유증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정작 하고픈 이야기는 선후배와 친구, 문우들이 보내주는 쾌유의 성원입니다. 때로는 암환자 분들의 암 투병기 ‘새 생명의 동행’ 시집에서 용기를 얻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때마침 북쪽의 고향과 비슷한 강원도 인제의 산속으로 귀촌한 문우가 또 약초 한 상자를 보내왔습니다. 수원과 서울 등 도심에서만 살았던 손으로 가꾼 약초라 심마니 친구들이 보내주는 산약초의 감동에 비교되지 않았습니다. 뭐랄까? 이 세상에 없는 신비의 약초를 받은 것 같습니다.

몇 년 전이었습니다. 한해 걸러 약초를 보내주는 문우에게 지나가는 말처럼 병원에서 만난 췌장암 환자 이야기를 했었는데 잊지 않고 챙겼습니다. 혹 도움이 될지 모르니 약초를 나눠주라고 당부했던 그 환자, 원주시의 근교에서 고추농사를 짓는다는 그녀를 원주댁으로 불렀습니다.

안타깝게도 문우가 나눠주라고 했던 원주댁은 췌장암 수술 이듬해 저세상으로 떠났습니다. 가끔 CT촬영 대기실에서 마주치면 빙그레 웃던 모습이 눈앞에 선합니다. 50대 중반의 그녀 몫의 약초를 보내려고 휴대폰 전화를 했을 때 없는 번호의 안내에 한동안 가슴이 아렸습니다.

이제 2020년 경자년을 보내며 암의 고통에도 미소를 잊지 않았던 원주댁의 극락왕생을 기도합니다. 또한 모든 암 환자들의 완치를 기원하며, 2021년 신축년(辛丑年)에도 절망하지 말고 인내와 용기로 건강을 되찾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하늘을 원망하며’

암에 좋은 약초
재배하고 채취한 것만 골라서
오늘 오후 택배로 보냈네

취사선택은
그대의 몫이나 남는 것은
같은 날 췌장암 수술 한 그녀
원주댁이 살았다면 나눠드시게

친구로서 할 수 있는 게
겨우 말린 약초 잎이나 뿌리뿐이니
용서하게

십여 년 전
강원도 산 속 자연인이 된 벗
삼베주머니마다 넣은 복용설명서를 보다가
발견한 제비꼬리처럼 접은 쪽지
가슴 아린 친구 정에 밖으로 나선다

아파트단지 소나무 숲에서
몇 번이고 거는 원주댁
매번 삭제된 전화번호로 안내되는 휴대폰
기어이 빗발 지는 하늘을 원망한다

소설가 정병국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대표,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발행인, 한국문협 회원으로 월간 현대양계에 콩트 연재중이다. 시집 ‘새 생명의 동행’, 소설집 ‘제3의 결혼’ 외 다수가 있다.

정병국 작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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