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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국의 췌장-림프 등 6종 암투병기 22회] 불치에의 도전은 계속됩니다

기사승인 2021.02.09  00:5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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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어버릴래요’ 극단적 선택은 없습니다

[골프타임즈=정병국 작가] 더럭 겁부터 났습니다.
그녀는 대성통곡을 이윽고 흐느낌으로 잣아 들이면서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귀에 담아지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계속 통곡했으면 싶었습니다. 그러다보면 스스로 위안이 되어 가슴 속의 한이 풀어지기도 하니까요.

“괜찮나?”
“뭐가 말인가?”
“그걸 콕 찍어서 말해야 아나?”“그럼! 말해 보시게.”

갑장 친구의 문병 첫말이 ‘의사가 뭐래? 죽지 않는다지?’였습니다. 나 역시 ‘그래! 천년만년 살 팔자란다.’라고 대답했지만, 심정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차일피일 미뤄지는 수술 일정에 절망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눈물을 쏟고 말았습니다.

암 환자들을 위한 작은 동산공원의 벤치에 앉아 해를, 나뭇잎을, 기어가는 개미를 차례차례 바라보는데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갑자기 터진 눈물을 속수무책으로 흘릴 때 백수(白壽)가 눈앞인 아버지와 위암 수술을 한 아내, 그리고 아들과 딸아이의 얼굴이 끝없이 밀려왔습니다.

지인들은 물론 관계가 원만하지 못 했던 사람들까지 떠오르더니 아직 출간하지 못한 소설과 산문 원고가 가슴을 짓눌렀습니다. 인터넷 카페 문인들과 약속한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의 창간호 작업 중단도 뜨거운 눈물을 부추겼습니다.

또 나이 육십에 이승과의 하직은 청천벽력이었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는 분노로 치솟았다가 이 역시 절망이 되어 숨조차 쉴 수 없었습니다. 그런 와중에서도 이승에 그렇게 미련이 많으냐는 질타의 소리가 점점 커졌습니다.

절망과 미련?
그것은 한마디로 지독한 ‘혼돈’이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그날처럼 뜨겁게 눈물을 흘린 적이 없습니다. 전화를 받자마자 대성통곡한 그녀도 지금은 절망과 미련의 혼돈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지만, 어느 순간 ‘불가능에의 도전’을 선택할 겁니다. 비록 유전자 이상으로 겪는 불치병 환자이지만, 결코 ‘죽어버릴래요’라는 말처럼 극단적 선택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약속 하나 받아냅니다.
시인이자 수필가인 그녀는 소설도 쓰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상기시키며 기어이 승낙을 받아냈습니다. 그래도 안심이 안 돼 통화를 자주하자는 약속까지 요구했습니다.

그녀의 대성통곡에 14년 전 ‘생명의 절망’과 ‘이승에의 미련’ 그 혼돈이 기억나자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주치의와 눈도 맞추지 않던 사람이 어느 순간 스스로 완치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면서 시작된 불치에의 도전은 2021년에도 계속됩니다.

그 반전은 계속 진행 / 정병국

수술할 수 없다는 암 진단
어느 환자이든 지푸라기 잡는
다급한 절망으로 허우적거립니다

재발한 췌장암 치료 길은 열렸지만
하늘이 무너지는 죽음의 공황(恐慌)에서
악몽까지 매일 밤 시달립니다

주치의에게 병세를 묻지 못한 건
죽음의 공포 때문
고작 최선을 다해봅시다
대답의 상상만으로도 주저앉습니다

수술 전 회진할 때
주치의 표정 살펴보기가 먼저
어느 순간 당신은 살 수 있다고 확언해 달라
소리치고 싶었습니다

마침내 수술 일정이 잡힌 날
완치할 수 있다 자기최면을 걸자
놀라운 마음의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그 반전은 오늘도 계속 진행입니다
불치에의 도전으로

소설가 정병국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대표,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발행인, 한국문협 회원으로 월간 현대양계에 콩트 연재중이다. 시집 ‘새 생명의 동행’, 소설집 ‘제3의 결혼’ 외 다수가 있다.


정병국 작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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