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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향의 다듬이 소리 23회] 아직도 철없는 엄마의 얼라

기사승인 2021.02.15  00:3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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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정엄마표 음식에 자꾸만 목이 메인다

[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명절이 되면 어머니들은 바쁘고 분주해진다.
조상님 모시는 준비도 준비지만, 떨어져 있던 자식들을 만나 그간의 안부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필자도 자식을 키워 각자의 삶으로 떠나보내는 경험을 했지만, 왜 내 어머니의 마음과 시간들은 다르게 느껴진다.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많은 자식을 바르게 키운 역경의 삶이었음을 알기 때문일까. 그렇게 사셨던 집안 어르신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한 분. 한 분 떠나더니 지금은 연로한 친정어머니 혼자 약으로 버티고 계신다.

친정어머니는 명절 밑이면 늘 바쁘다. 아픈 다리로 장을 보고 바리바리 음식 준비를 하신다. 그런 어머니, 친정엄마 앞에서 자식은 언제나 ‘얼라’이다. 엄마가 살아계신 것만으로도 부러워하는 사람들 앞에서 철없이 행복한 표정이다.

설날 며칠 전부터 친정어머니는 전 부치러 빨리 오라고 성화시다. 올해도 어김없이 전 부침은 내 몫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예년과 달리 여러 사정으로 전만 부쳐놓고 서둘러 돌아와야 했다. 그래도 ‘엄마표 밥’을 먹은 후 일어서자 양손 가득 먹을거리를 챙겨주신다.

설날을 함께 보내지 못하고 돌아오는 마음과 손 모두 무거웠다. 험난한 세월 속에서 자식을 키운 부모님들의 자식 사랑과 애착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다 똑같다. 그런데 왜 유독 친정어머니의 굴곡진 세월이 애달프게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친정어머니가 건강하게,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설날 등 명절이 다가오면 빨리 오라고 보챘으면 좋겠다. 친정엄마표 음식도 오래도록 먹었으면 좋겠다. 집으로 돌아올 때 양손 가득 들려주는 그 사랑을 오래도록 누렸으면 좋겠다.

외손녀 할머니가 된 큰딸이지만, 언제까지나 엄마 앞에서는 ‘얼라’이었으면 좋겠다.

친정어머니를 빼닮은 엄마가 아닌 것 같아서 출가한 두 딸에게 미안하다.
설날 먹으라고 싸준 엄마표 음식에 자꾸만 목이 메인다…박소향

시인 박소향
한국문인협회과 과천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과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박소향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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