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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성스님 소리의 향기 제4회] 복조리의 추억을 되새기며

기사승인 2021.02.21  0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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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복 짓는 자만이 행복해질 수 있어

[골프타임즈=해성 스님, 시인] 올 설날에 멀리 있는 도반으로부터 복조리를 선물 받았습니다. 상자를 여는 순간 어릴 때의 모습이 떠올라 한참동안 복조리에 눈 맞추며 동심의 추억을 되새겼습니다. 어린 시절, 설날이 다가오면 설빔 옷에 세뱃돈 받을 생각,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다는 설렘으로 밤잠까지 설치곤 했습니다.

“복조리 사려!”

밤늦도록 동네를 돌아다니며 복조리를 팔았습니다. 어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반갑게 복조리를 산 후 성냥과 실을 담아 마루 기둥에 걸어놓고 한해의 복을 기원했습니다. 어머니도 마을의 어른들처럼 두 손 모아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도했습니다. 아버지는, 조리는 쌀을 이는 도구로 한해의 복이 쌀알처럼 일어나라고 대문이나 기둥에 걸어두고 또 나쁜 기운이 침범하지 말라는 뜻도 있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실은 무병장수의 기원이고 성냥은 재물이 불같이 일어나라는 의미였네요.

도반은 복조리 안에 ‘자비와 지혜’라는 문구를 써서 보냈습니다. 오래 전부터 장애인 복지시설을 운영하니까 신축년에도 지혜롭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활동하라는 부탁이겠지요. 불교에서는,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를 고통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라 하여 사바세계라고 합니다. 아무리 돈이 많은 부자나 큰 권력과 명예를 가진 사람들도 고통과 번뇌의 삶 속에 있음을 언론에서 자주 접합니다.

고통의 원인이 되는 번뇌를 없애기 위해서는 욕심과 성내는 마음, 어리석은 마음을 가슴속에서 내보내야 합니다. 고통을 행복으로 바꾸는 작업이 바로 지혜이고 자비의 실천입니다. 밤이라도 불을 켜면 어둠이 사라지고 밝음으로 채워집니다. 우리의 마음도 이와 같아서 자비로 가득 차게 되면 가슴에 숨겼던 미움과 욕심, 시기와 질투가 멀리 떠나가게 되니까요.

우리가 이상의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정성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행복은 자비행입니다. 내가 찾아 가야지, 날 찾아오기를 기다릴 수 없습니다. 작복(作福)하는 노력이 없이 복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고, 어떤 성자도 복을 주지 않습니다. 곧 스스로 복을 짓는 자만이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언제나 상대방을 진심으로 대하고 지혜를 나누려는 마음이 있어야 인연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시인 해성스님
대한불교 조계종 광림사 주지, 연화원 대표이사이자 수어통역사로 ‘자비의 수화교실’ ‘수화사랑 친구사랑’ 등을 출간했으며 시집 ‘하얀 고무신’있다. 2020년 ‘올해의 스님상’을 받았다.

해성 스님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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