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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편지 박원명화 제6회] 살아 있는 아름다운 열정

기사승인 2021.03.03  00: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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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기꺼이 달려갑니다

[골프타임즈=박원명화 수필가] 계절도 날씨도 애매모호(曖昧模糊)합니다.
춘삼월이 문턱인데도 살 속을 파고드는 바람은 여전히 매섭습니다. 새해의 들썩임도 잊은 채, 벌써 두어 달을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어영부영 흘려보내고 말았습니다. 올해는 달라야 한다는 희망찬 각오를 다졌지만 역시나 작심삼일(作心三日)도 못 버티고 무너져 버린 듯싶습니다.

백수가 과로에 쓰러진다는 우스갯소리가 마치 나를 두고 하는 말처럼 들립니다. 한 해를 되돌아봐도 이룬 것은 없는데 하루, 한 달, 한해는 왜 그리도 바쁘게 흘러가는지 모르겠습니다. 부대끼는 일이 없이 매사 그렁저렁 일상에 묻혀가다 보니 감성도 이성도 무장아찌처럼 점점 메말라 가는 것 같습니다. 반갑잖은 코로나19가 핑계거리가 된지도 오래입니다. 광속(光速)으로 흘러가는 시대, 그 속도를 따라가고자 해도 쉰 세대인 나에게는 만만한 게 없습니다.

아날로그 시대로 살아가자니 매사 불편한 것투성입니다. 배움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랴 싶어 맥 빠진 용기에 무턱대고 충전기를 꽂았습니다. 처음에는 신기해서 배웠고, 필요해서 익혔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재미가 즐거웠습니다. 한 달 배우는 동안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익힌 것만큼 배우기를 참 잘했다고 나 자신에게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한글을 배울 때도 그랬습니다. 양손의 열 손가락 끝에 눈이 붙어 있는 것처럼 자판기를 손에 익히려고 달력 뒷장을 뜯어내 자판기를 닮은 그림을 서너 장 그려 내가 자주 오가는 곳에 붙이고 피아노 치듯 손가락을 자판기 그림 위에 올려놓고 두들기었습니다. 주름지고 옹이진 손가락이 점점 자판기 위에서 날렵하게 춤을 추듯 날아다니게 되면서 컴퓨터와 안면을 익혔습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기쁨이랄까요. 배움의 열정이 되살아 오르면서 새롭게 컴퓨터와 가까워졌습니다. 하나를 배우고 나면 또 하나의 낯선 것이 불쑥 튀어나왔고, 나는 그 낯설음과 친숙해지기 위해 밤늦은 시간까지 컴퓨터와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배워갈수록 하루가 분주해지면서 상실된 의욕이 되살아나듯 기운이, 자신감이, 용기가 샘처럼 솟아났습니다. 포토샵, 엑셀, 동영상 등등 마치 배움에 허기진 사람처럼 기계가 지닌 지식과 정보를 흡입하는 즐거움은 꺼져가던 내 삶의 활기찬 에너지가 되었습니다.

컴퓨터의 활용능력이 많아지면서 내 삶이 변화가 태풍처럼 일어났습니다. 단풍이 몸치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무가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몸부림인 것처럼 나의 삶도 배움으로서 풍요로운 내 삶을 일궈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는 것을 나누는 기쁨을 누려가며 오늘도 나는 나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기꺼이 달려갑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기를 소망합니다. 나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세상과 부딪혀 아파도보고, 땀 흘려도 보고, 우렁찬 소리도 질러봐야 경험이란 걸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할 수 있다는 의지는 살아 있음의 아름다운 열정이 아닐는지요.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도 나는 목표를 향해 끝까지 달려가 볼 생각입니다.

수필가 박원명화
2002년 한국수필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수필가협회 사무국장이며 제9회 한국문인협회 작가상ㆍ연암기행수필문학상ㆍ제39회 일붕문학상을 수상했다. ‘남자의 색깔, 길 없는 길 위에 서다, 풍경’ 외 수필집 다수.

박원명화 수필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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