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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향의 다듬이 소리 27회] 누군가를 위한 따뜻한 기도

기사승인 2021.03.15  0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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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녀가 된 초‧중 동창생에게 기대고 싶다

[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이제 바람이 차갑지 않다.
아직은 이른 봄인데도 여기저기 꽃들이 피기 시작하고 마른 나뭇가지에도 새순이 돋기 시작했다. 대지가 온통 꿈틀거리며 기지개를 켜니 사람들도 들뜨게 한다.

여고 졸업 후 일 년 남짓 지났을 무렵 우연히 길에서 동창생 어머니를 만났다. 한동네에 사는 그 친구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같이 다녔고 가끔은 진로나 미래의 이야기도 나눴다. 한동안 보이지 않아 궁금하던 차라 반갑게 안부를 물었다.

친구 어머니는 내 손을 잡으며 눈물을 글썽였다. 너처럼 이렇게 평범하게 살면 얼마나 좋을까. 달랑 딸 하나 있는 게 수녀가 되겠다고 해 반대했지만, 결국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단아한 얼굴에 가는 목소리의 그 친구 소식을 풍문으로도 듣지 못하기 때문일까. 봄만 되면 수녀가 되었을 그 친구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리곤 한다. 얌전했던 친구가 어떻게 수녀가 될 생각을 했는지, 어디에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물어보고 싶다.

봄바람의 향기가 짙어지는 삼월의 저녁, 사람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밀려가고 밀려오는 인파에 휩쓸려 현란한 네온사인을 밟는 발길을 그 친구가 가로막는다. 삶의 실패로 고통스러운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그 친구의 두 손이 떠오른다.

인간의 가치는 소유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격에 있다. 명품을 걸쳤다고 사람까지 명품 가치의 인격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겉모습이 아닌 사람의 속을 볼 수 있는 눈, 그 눈을 갖지 못한 때문일까. 수녀가 된 그 친구의 옷자락에 기대고 싶다.

비록 어머니의 가슴을 아프게 했지만, 수녀가 된 그녀는 누군가를 위해 따뜻한 기도와 사랑으로 자기의 길을 가고 있으리라. 오늘은 그 고운 그 친구에게 작은 기도를 보낸다.

봄처럼 따스한 햇살과 연분홍 매화처럼 고운 그리움을 닮은 그녀와
안개가 가득한 바다를 실컷 보고 누렸던 하루에게 감사하며…박소향

시인 박소향
한국문인협회과 과천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과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박소향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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