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ad47

[정병국의 췌장-림프 등 6종 암투병기 28회] 살아 있는 의미…그 투병의 정점

기사승인 2021.03.23  00:24:12

공유
default_news_ad1

- 미생 불명의 바이러스 발견으로 격리됐던 악몽

[골프타임즈=정병국 작가] 얼마나 더 견뎌내야 하니?
백신을 맞으면 질기되 질긴 네게서 마침내 탈출할 수 있는 거니? 만약 백신을 맞지 않으면 인생을 그만 접어야 하니? 또 만약인데, 백신을 맞았다가 부작용으로 죽으면 그때 너는 손가락질하며 낄낄거릴 거지? 아주, 정말 고소해서 미치겠다는 표정으로.

코로나19에게 원망의 질문을 퍼 붓다가 2019년 2월 초로 돌아갑니다. 췌장암 재발에 소화기관의 곳곳이 암 네이팜탄의 무차별 공습으로 흔적 없이 사라졌지만, 용케 목숨은 부지했습니다. 10여 년의 투병 끝에 이제는 별수 없이 떠나야 한다는 절망을 첨단의술이 ‘새 생명의 기적’으로 바꿔주었습니다.

살았어. 살았다고!
봐! 멀쩡하잖아. 넌 하늘도 어쩌지 못하는 목숨이야!

새 생명의 기적은 병상에서 내려와 주저앉을 때까지 입원실병동의 복도를 걷게 했습니다. 한 발, 한 발 걸으면서 미처 출간하지 못한 소설집과 콩트집, 산문집의 표제(標題)를 고민하거나 소설을 구상했습니다. 칠십 중반의 나이에 암 중증 환자임을 잊은 하루하루가 마치 문전옥답 같았습니다.

씨를 뿌리는 대로 거두리라.
늙은이의 주책없는 욕심이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만사 젖혀놓고 글만 쓸 수 있는 호기라며 퇴원을 앞당길 수 있도록 걷기운동에 전념했습니다. 한바퀴 144미터의 입원병동 복도에서 보내는 시간이 병상보다 많았습니다.

2019년 2월 10일로 기억합니다.
그날도 흰죽의 점심을 먹은 후 링거 주머니가 주렁주렁 달린 뿔대와 함께 복도를 걷고 있었습니다. 운동량보다 힘에 부쳐 걸음이 늘어질 때쯤 간호사가 황급히 다가왔습니다. 간호사는 주치의 긴급지시라며 6인실에서 1인실로 서둘러 격리했습니다.

미생 불명의 바이러스 발견?
주치의의 신중한 설명이 황당하게 들렸습니다. 뭐랄까? 마치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격이라고 할까요? 여하튼 며칠 내로 격리가 끝나리라 예상했으나 퇴원하는 날까지 지속됐습니다. 그 안에 겪은 철저한 통제와 입원실 출입은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악몽입니다.

잠시잠깐 나가려고 해도 마스크에 양 손 장갑을 착용하고, 머리에서 허리 밑까지 내려가는 비닐 위생복을 입어야 했습니다. 주치의, 레지던트, 인턴, 간호사는 물론 청소하는 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격리 조치된 입원실 출입의 방역에는 열외가 없었습니다.

코로나19 방역조치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가 격리가 2020년에서 2021년으로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24일부터 백신주사가 시작되었으나 미덥지 못합니다. 더구나 암 중증 환자이다 보니 과연 백신 주사를 맞아야 하는지 선택조차 망설여집니다.

미생 불명의 바이러스에 1인실로 격리되었다가 무사히 퇴원했듯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8개월의 항암치료를 견뎌냈듯이 코로나19도 극복해 문학 작품집을 출간할 것입니다. 이는 바로 살아 있는 투병의 정점 ‘재발한 암 극복’의 실현입니다.

미생 불명의 바이러스 / 정병국

암병동 입원실 복도
수술 부위의 통증을 참으며 걷는데
간호사가 당황한 얼굴로
1인 입원실로 격리한다

입원실 출입문에 알 수 없는
안내 스티커 붙인 간호사
면회와 외부 출입 불가를 통보한다

환자에게서
미생 불명의 바이러스가 발견되어
입원실 밖 출입을 통제하며
만부득이 나갈 때 이 위생복을 입어야 한다

화장실 옆 탁자에 올려놓은
푸른색 비닐 가운과 장갑
호기심에 입어보다가 눈을 감는다

미생 불명의 특수 바이러스
어르신에게는 면역이 생겨 상관없으나
암 수술 환자와 접촉으로 전이되면
치명적이라는 말에 진저리친다
오 신이여

소설가 정병국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대표,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발행인, 한국문협 회원으로 월간 현대양계에 콩트 연재중이다. 시집 ‘새 생명의 동행’, 소설집 ‘제3의 결혼’ 외 다수가 있다.


정병국 작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73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