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ad47

[노경민의 샘터조롱박 29회] ‘육’ 부라더스

기사승인 2021.04.01  10:09:46

공유
default_news_ad1

-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서로 통하면 그만이지.

▲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하무니, 하부지가 나 자꾸 따라 해.”
6살 손자 녀석과 60넘은 할아버지가 토닥인다. 할아버지는 녀석의 외치는 소리가 재미있다고 놀려대고, 놀리는 걸 아는지 녀석은 화를 낸다. 화내는 모습이 귀엽다고 또 말을 따라 하고 ‘따라쟁이’하며 울음으로 치닫게 채근한다.

녀석은 이제 설 배운 태권도로 할아버지를 응징한다. 그 작은 주먹을 쥐고 쭉쭉 뻗어 배불뚝이 할아버지 배를 치고, 돌려차기로 장딴지를 가격해보나 끄덕도 없어 그만 앙 터지고 만다.

이건 아예 애 둘을 키운다. 하나 달래기도 힘들어 조심조심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는데, 나이가 든 이는 자꾸 엉뚱하게 장난을 쳐 아이를 울리고 만다. 꼭 형아 동생 싸움이다.

“총싸움 안 한다고 몇 번을 말했는데 할부지가 자꾸 총 쏴.” 녀석은 싫다 하는데 60넘은 늙은이는 매달린다. 막무가내인 녀석을 달래기는커녕 불난 집에 부채질한다고 흉내 내며 놀리는 맛이 쏠쏠하단다. 성깔 내는 것도 앙증맞아 꼬집어주고 싶을 정도로 예뻐서 자꾸 놀리고 싶다니 꼭 개구쟁이다.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동심으로 돌아가고 그 맑음이 좋고 공존하는 시간이 더 귀한 것을. 할아버지와 손자가 아닌 형제 같은 다툼이 살아 있다. “하무니, 잠이 안 와.” 하면서 돌아누운 지 일분도 안 되어 쌕쌕 꿈속이다. 제 할아버지도 베개에 머리만 닿으면 드르렁 코 고는 것이 꼭 닮았다.

엊그제 태어난 것 같은 녀석이 벌써 6살 꼬마로 자랐다. 고맙다 인사하고 미안하다 사과할 줄도 알며, 제 앞가림은 제가 할 수 있다고 나서는 녀석을 보며 부끄러워진다. 나이를 잊고 아이와 눈 맞추고 입 맞추며 마음까지 동심으로 돌아가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음이다.

새싹처럼 피어나는 녀석이 이제 옷을 다 벗은 나목에 생동감을 안겨준다. 나이 들면 아이가 된다는 60 넘은 할아버지와 6살 먹은 손자 녀석은 분명 ‘육’ 브라더스다.

노경민 작가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노경민 작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73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