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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향의 다듬이 소리 29회] 삶의 논픽션에서 건진 시

기사승인 2021.04.05  10: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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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론 지나친 자부심으로 시 쓰는 나는 행복

[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하루에 한 번씩 애견 호두와 안양천변 산책을 한다. 호두는 작은 밤색 푸들로 유기견 녀석을 데려와 동거한 지도 어느새 6년이 넘었다. 봄이 되니 세상의 컬러가 변했다. 자연은 역시 제 색깔을 드러내야 아름답다.

화사한 봄, 꽃과 나무 그리고 초록의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자 마음도 따라 환해진다. 그러니 밖으로 나가기를 학수고대하는 호두 녀석의 눈총을 모른 척할 수가 없다. 덕분에 아름다운 안양천변 산책로에서 자연의 변화를 마음껏 느끼며 운동으로 건강도 챙긴다.

청량한 물소리와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온갖 자연의 생명이 꿈틀대는 봄 속의 발걸음은 즐겁다. 그렇게 넋 놓고 걷다 보면 가끔 스스로의 감상에 빠지곤 한다. ‘이렇게 딱한 시인이 있나?’ 싶을 정도로 깊은 감성에 빠질 때 이를 어찌할까 싶어 엉뚱하게 산책길이 우울해지기도 한다.

여행을 즐기는 시인이지만 아직도 나는 그 부름이 부끄럽고 어색하다. 천성은 그게 아닌데 천성 같은 현실이 된 아이러니한 이 삶의 논픽션. 가끔은 겁 없는 아이로 철딱서니 없이 나대기도 하지만, 깊은 감성의 바다에 빠져 죽고 싶을 만큼 시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그래도 그 죽음 같은 시간 속에서 건진 시어들에 감사해야 하나.

죽어라 시를 쓰는 논픽션의 천성, 감성에 찌든 시인이면 어떠냐.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그저 나일뿐.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아니다. 사랑은 시작보다 그 끝이 더 위험하듯 새롭지 않은 낯선 관심도 때로는 삶의 필요악일는지 모른다.

호두와 함께 봄의 안양천을 걷는 나는 부끄럽고 어색한 시인이다. 그러나 때로는 그 진실을 잊고 지나친 자부심으로 시를 쓰는 나의 삶은 아직 논픽션이기에 행복한 거지 싶다.

그 시를 위하여 오늘도 나는 시의 바다에 빠진다. 봄과 함께…박소향

시인 박소향
한국문인협회과 과천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과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박소향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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