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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의 샘터조롱박 30회] 게임과 인생풀이

기사승인 2021.04.08  09: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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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모한 도전보다 때론 포기도 미덕

▲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안달이 났다.
게임 목숨 들어왔을 텐데, 얼른 레벨을 올려야 하는데 마음이 급하다. 아이들 보내고 설거지에 청소도 해야 하는데 핸드폰만 들고 앉았다. 처음엔 시끄러운 머릿속을 비운다고 시작한 게임이 비우기는커녕 온통 게임 생각뿐이다.

할 일은 미뤄두고 핸드폰 들고 앉아 게임 속에 빠지는 아이들에게 성화를 부렸는데 이젠 아예 함께 앉아 한 수 더 뜬다. 아이템 전달하라 하며 레벨 자랑하고, 목숨 위해 친구 요청도 서슴지 않는다. 하루의 시작도 오늘 잘 깨져주면 기분 업이고 안 깨지면 다운이다.

게임은 게임일 뿐인데 이게 뭐라고 여기에 하루 운세를 거는지. 초 난이도를 깨고 나면 오늘 하루도 잘 풀릴 것 같고 겁날 게 없다.

‘포기하면 다음을 잃습니다.’에 무모한 도전장을 내밀어 결국 도산하고 만다. 도움의 손길을 받아보나 아무것도 없으니 성공 가능성은 떨어진다. 주식으로 빈 깡통 되고 무리한 투자로 빚더미에 올라섰던 시간이 떠오른다.

어렵고 풀리지 않은 시련 앞에 코로나19가 안겨준 선물(?)인가. 각자의 개성대로 핸드폰 속에서 실마리를 찾는지도 모르겠다. 게임이 해결해 주는가 하면, 검색하며 상식의 폭을 넓히고, 쇼핑도 비교하며 종일 서핑이다.

건강지킴이로 시작한 걷기 어플에서 달성할 때마다 포인트가 쌓여 커피도 한 잔 무료로 받는 맛도 쏠쏠하다. 게임 속 캐릭터 키워서 현금으로 팔 수도 있으니 가계에도 도움이 된다. 예전의 게임에 빠지면 패가망신이라 했던 시절이 무색하게 이젠 억대 연봉이다. 억대 연봉을 바라지도 못하지만, 그래도 무거웠던 삶이 가벼워졌다.

아무리 머리를 싸매고 걱정에 걱정을 한다 해도 해결될 일이 아니거늘 몸만 축나고 우울증에 빠지는 늪에서 구해 준 게임. 인생을 게임처럼 쉬운 단계부터 시작하여 난이도, 고난이도를 알려주며 단계별로 오른다면 인생살이도 쉬울 것 같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일도 아니니 하나하나 깨다 보면 길이 보이고, 그 길에 아이템이 있어 도와주면 쉽게 풀릴 것 같다. 귀인을 만나 도움으로 해결될 수도 있는 것이 삶 아닌가? 게임이든 인생이든 묵묵히 꾸준히 하면 진전이 있음은 자명한 일!

나는 오늘도 게임을 한다. 내 시끄러운 머리와 가슴을 잠재우려.

노경민 작가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노경민 작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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