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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편지 송수복 제8회] 해마다 고향의 봄이 택배로

기사승인 2021.04.14  11:4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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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구수한 사투리에 맛깔스러운 갓김치

[골프타임즈=송수복 시인] 고향의 봄이 택배로 왔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잊지 않고 보내온 그녀의 정성에 감동합니다. 설렘과 기쁨으로 택배 상자를 열었습니다. 단단하게 묶은 비닐봉지를 가위로 뚝 잘랐습니다. 그 순간 남해가 확 밀려왔습니다.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멸치 액젓 갓김치였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밥통을 열어 밥 한 주걱을 펐습니다. 곰삭은 멸치젓에 버무린 통통한 돌산 갓김치 한 가닥을 쭉 찢어서 밥 위에 척 걸쳐서 입이 찢어지게 집어넣었습니다. 그야말로 꿀맛이었습니다. 고향의 봄과 그녀의 따뜻한 정이 온몸에 가득 찼습니다.

그녀에게 어릴 때 떠난 전라도 사투리로 전화했습니다. "시골에 농사일도 바쁜디 김치까장 당궈보낸는가?“ 사실 염치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라고 멜치젓이 징아게 맛나데야, 갓김치는 입맛 없을 때 최고랑께?”라며 특히 아들이 더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란디 이 공을 어치께 갚을지 참말로 까깝해붕마!“

그녀의 호탕한 웃음과 굵은 목소리의 구수한 사투리가 쏟아집니다. “오메오메! 그래라우? 맛나다한께 여간 조쏘야, 서울 사람은 멜치젓을 잘 안묵지라?” 걱정부터 합니다. “쬐까만 보내서 써운하요? 맛나게 잡쑤씨요, 내년에 또 보내께라,” 김치 맛보다 그녀의 사투리가 더 맛있습니다. 지난해에는 고추를 갈아서 자박자박하게 만든 갓 물김치를 보내줘 맛있게 먹은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봄이면 어김없이 보내주는 고향의 향기를 무엇으로 갚아야 할지, 감사의 빚만 쌓입니다. 올해도 그녀가 보내준 고향의 봄 향기를 지인들에게 자랑합니다.  그녀의 후덕한 인심에 구수한 사투리를 재현하자 한바탕 웃음이 터집니다.

나눔은 누구에게나 따뜻한 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코로나19로 우울한 봄을 그녀의 고향 손맛이 그리움 넘치는 행복한 날로 바꿔놓았습니다. 그녀와의 아름다운 우정이 곰삭은 갓김치처럼 맛깔스럽게 익어갑니다.

시인 송수복
시와수상문학작가회 수석부회장 송수복 시인은 서울시 청소년지도자 문화예술 대상·시와수상문학 문학상 수상. 시낭송과 시극 등 다양하게 활동하는 송 시인은 첫 시집 ‘황혼의 숲길에’ 이어 두 번째 시집을 준비 중이다.

송수복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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