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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의 샘터조롱박 33회] 나로부터 해방

기사승인 2021.04.29  00: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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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르고 붙이며 볶고 염색하기

▲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싹둑!
머리를 커트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방콕하면서 자란 머리를 더는 둘 수가 없었다. 봄바람 부는 화사한 날에 어울리게 머리를 손질하러 미용실에 갔다. 어깨까지 내려온 긴 머리를 살려서 웨이브를 넣어볼까, 아니면 여전히 커트를 할까 망설이다 결국 커트로 결정했다.

긴 머리 손질은 솜씨를 필요로 한다. 드라이기로 모양을 잡아주어야 하고 머리감기에도 시간을 요한다. 외출 때마다 만져주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이겨내지 못하는 편에선 자르는 것이 최상이다. 간편함을 좋아하는 성격대로 잘랐다.

여성들의 머리는 수난이다. 무언가 바꾸고 싶을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머리다. 긴 머리에 웨이브를 넣어주고, 화려한 색으로 염색하는 건 사랑하는 사람의 표현이다. 아니 자신을 사랑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가 하면 실연당하고 자르는 머리는 싹둑 자르는 머리만큼 마음도 함께 자르고 싶어 하는 행위다.

신혼 초에 생머리의 며느리가 마음에 안 드신다고 동네미용실 데리고 간 시어머니. ‘뽀글이 파마’로 이제야 새색시(?)같다고 좋아라 하셨다. 퇴근한 남편은 질색발색. 결국 다시 풀었던 머리는 내 마음과 상관없이 타인에 의해 수난을 겪었다.

11월에 결혼식 올린다는 예비신부가 왔다. 6월에 미리 웨딩 촬영하는데 지금부터 머리를 관리해줘야 색깔이 예쁘게 나온다고 한다. 머리 염색이 잘 나와야 얼굴 조명도 백옥같이 나온다고 미리 상담하고 준비하는 예비신부는 신비롭기까지 하다.

머리 색깔도 금발은 흔하고, 오렌지 카키에 회색 빛 머리, 얼룩이 머리도 있다. 각양각색으로 자기만의 개성을 어필한다. 25살이 넘기 전에 금발 한 번 해주어야 하는 게 버킷리스트란다.

여성의 단발머리는 위생적이고 편리하다는 봉건적 구습에 대한 해방의 의미를 담고 있던 시절도 있었다. 머리가 나에게서 아니 모두에게서 탈출하는 그 시간은 열려 있다. 자르고 붙이며, 볶고 염색해 나만의 모습으로 변신한다. 여성에게 변신은 무죄!

노경민 작가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노경민 작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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