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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향의 다듬이 소리 33회] 그때 그 동네 아이들은?

기사승인 2021.05.03  01: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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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랑 동생 일곱에 작은집 열하나 모두 열여덟

[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가랑비에 옷 젖듯 우리의 삶도 그러하다.
처음의 생각처럼 되지 않아도 주어진 현실에 조금씩 빠져들다가 결국 푹 젖는다. 그녀가 그랬다. 십 년 선배인 그녀는 강원도 탄광촌에서 강원도 산골 총각에게 시집갔다. 초례를 치르고도 한 사나흘 동네잔치가 계속됐다.

그 사나흘이 지나도 동네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온종일 마당과 산으로 몰려다니며 놀다가 삼시 세끼를 다 먹었다. 저 아이들이 왜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지 묻자 신랑은 그제야 이실직고했다. 일곱 명은 친동생이고, 나머지 열한 명은 작은집 아이들이라고.

선을 볼 때 분명히 동생만 셋이라 했는데, 작은집 아이들까지 열여덟? 노름으로 가산을 탕진한 작은 아버지 가족이 농사로 먹고 살 만한 형님 집 옆으로 이사 왔다는 신랑의 설명에 머리가 하얗게 무너졌다. 그러나 이미 혼례를 올렸으니 그냥 사는 수밖에.

“얘! 커다란 가마솥에 감자를 한가득 쪄도 한나절이면 다 없어졌다.”
그 감자 씻는 일도 장난이 아니었다나. 아들 둘에 시누이와 시동생들을 함께 키우며 시부모까지 모시면서 겪은 산전수전이 마치 전설 따라 삼천리 같아 웃음만 나왔다.

결혼은 해도 아이는 낳지 않겠다던 젊은 부부들이 하나 아니면 둘, 셋까지도 욕심낸다니 참 다행스럽다. 부모님이나 할머니 시절에는 칠팔 남매가 예사였다. 그래도 자기 밥그릇 갖고 태어난다는 속담처럼 흙감태기로 뒹굴며 잘 컸다. ‘인구절벽’처럼 도시의 초중고대학가 학생이 없어 폐교하리라는 현실은 상상치도 못할 일이었다.

자기 자식에 두 집 핏줄까지 건사하며 산 언니는 늙어서 안 아픈 곳이 없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시누이와 시동생들의 따뜻한 챙김이 지난날의 고생을 보상하고도 남는다며 웃는다.

“정말 어떻게 살아냈는지 모르겠어.”
보릿고개에서도 잘 자라 나름대로 성공한 삶의 시누이와 시동생들이 대견하다는 언니. 이제는 행복한 당신의 노후이기를 기도한다.

갈라진 계절 사이에서 깊이 팬 나이테처럼
세월의 틈새에서 이만큼 빛나고 있는 삶…박소향

시인 박소향
한국문인협회과 과천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과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박소향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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