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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편지 송수복 제11회] 아이들만 보면 어찌 그리 예쁜지

기사승인 2021.05.26  09: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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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떡 줄 놈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골프타임즈=송수복 시인] 친정집은 식구가 단출해서 형제가 많은 시댁이 참 좋았습니다. 왁자지껄 부대끼고 살다 보니 달랑 아들 하나뿐입니다. 젊어서는 자식처럼 보살핀 시동생이 많아 못 느꼈는데 지금은 후회스럽습니다. 딸이 없으니 며느리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예전부터 멋지고 유식한 할머니가 될 거라고 꿈꿨습니다. 지인들의 손주 자랑이 늘 부러웠습니다. 언젠가는 내게도 그럴 날 올 거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포기했습니다. 그야말로 떡 줄 놈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셨다는 속담이 생각납니다. 그렇다고 요즘 젊은이들 사고방식이 그릇됐다고만 볼 수 없는 일입니다. 각박한 세상 제 몸 하나 살아내기도 벅찬 현실입니다.

워낙 아이들을 예뻐하다 보니 동네 애들이 모두 손자 손녀 같습니다. 30년 넘게 단골인 목욕탕집은 아들만 셋인데, 장가를 들어 낳는 아이들이 모두 예뻤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은 할머니로, 나는 이모로 부르도록 가르쳤습니다. 틈만 나면 아이들과 노는 목욕탕은 어른들에게도 놀이터였습니다.

어느새 아이들이 대학생 중고등학생으로 성장했습니다. 그중 마지막 막내 녀석이 사랑을 독차지했습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주고받은 정이 들어서 이제는 친손자나 다름없습니다. 어렸을 때는 놀아달라고 보채더니 이제는 초등학생으로 의젓해졌습니다. 아이답지 않게 어른들이 깜짝 놀랄 만큼 말도 잘합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어른들이 키 작고 못생긴 송 이모가  뭐가 좋으냐고 놀렸습니다. 그랬더니 얼굴이 벌게지면서 야무지게 대답한 후 펑펑 울었습니다. 송 이모는 마음이 예쁘잖아요, 마음은 눈으로 볼 수 없지만, 전 알아요. 어른들은 뜨끔했습니다. 순간 녀석이 정말 나를 좋아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내 손주는 아니지만, 허전한 마음 채워주는 귀여운 녀석입니다. 나의 사랑으로 행복해지길 바라는 아들도, 남편도 결국은 짝사랑입니다. 설사 훗날 그 녀석마저 짝사랑으로 변할지라도 오늘에 만족할까 합니다. 만나면 행복한 주말이 기다려집니다.

시인 송수복
시와수상문학작가회 수석부회장 송수복 시인은 서울시 청소년지도자 문화예술 대상·시와수상문학 문학상 수상. 시낭송과 시극 등 다양하게 활동하는 송 시인은 첫 시집 ‘황혼의 숲길에’ 이어 두 번째 시집을 준비 중이다.

송수복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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