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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향의 다듬이 소리 39회] 산다는 거 별거 아니라지만

기사승인 2021.06.14  08: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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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별것 속의 고통’이 우리 인생 아닌가

[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세탁기를 돌리는데 거품이 너무 많이 일어나 넘쳤다. 요즘은 세탁 세재가 좋아 적은 양을 넣어도 깨끗해진다. 실수로 세재를 많이 쏟아 할 수 없이 그냥 돌렸다가 그 참사(?)가 일어났다.

우리의 삶도 그러하다.
넘치면 거품이 일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무엇이든 적당한 것이 좋지만, 살다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시부모를 모시고 살았던 그 친구도 그랬다. 사람이 다 온순하고 착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 친구 얘기를 듣다보면 머릿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피 섞인 가족이 아니라도 엄연히 며느리도 그 집 사람이고 가족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만큼 그 친구의 시집살이는 평탄치가 않았다,

일일이 다 말로 할 수는 없지만, 여하튼 범상치 않은 시모 밑에서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는데, 결국 아들 하나 낳은 후 집을 나왔다. 그래도 친구들을 만나면 얼마나 잘 웃고 명랑하던지 보는 우리가 더 짠해지곤 했다.

넘치지 않아서일까? 아니 넘쳐도 되는 것을 안 해서일까? 심성이 착한 그 친구는 오래도록 홀로 지내며 그 후유증을 감당해야 했다.

세탁기 밖으로 넘쳐흐르던 세재거품처럼 원치 않는 삶에 놀랄 때가 있다. 그래도 욕심과 절망, 슬픔과 고통만 아니라면 적당히 넘치는 것도 삶을 지키는 한 방법이 되는 게 현실 아닌가. 문제는 자의이든 타의이든 지나침이 삶의 상처가 되는 것인데…….

산다는 거 별거 아니라지만 ‘그 별거인 것 속의 고통’ 늘 상존하는 게 우리 인생 아닌가. 지난해 연초부터 겪는 코로나19처럼. 다행히 우리를 끔찍한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코로나19의 악몽이 끝이 보이는 것 같아 조금은 안심이다.

어떤 고통도 세월이 흐르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되어 버린다. 그래서 또 살아가는 것이지만. 절망의 거품을 딛고 예쁘게 살아가는 착한 그 친구와 오랜만에 통화해야겠다.

어머니 옷자락에서 풍겨오던 살내음처럼
첫 여름비에 향기 서려라…박소향

시인 박소향
한국문인협회과 과천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과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박소향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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