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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의 샘터조롱박 40회] ‘행복 일기’ 쓰기

기사승인 2021.06.17  08:2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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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풀이는 이제 그만, 행복과 사랑으로

▲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신박한 정리’ 차 방을 뒤집었다.
묵은 책들과 아이 장난감이 어질러져 나만의 공간이 필요했다. 정리하려던 중 책꽂이 맨 아래 칸 구석에 자리한 묵은 일기장과 가계부에 눈길이 멈췄다. 결혼하여 쓰기 시작한 신혼살림의 내역서다.

부모 떠난 아들은 군대라는 3년이 있지만, 딸에게는 시집살이 10년에 남은 일기장이다. 좋은 날보다 눈물자국이 더 많고 결국 쓰기를 포기했던 10년. 좋은 날만 쓴다고 선포했는데 그 후로 소식이 없다.

무엇이 그리 서러웠을까.
알뜰히 챙겨주던 엄마의 손길을 떠나 다른 환경에 다른 식구들과 함께 산다는 게 꼭 서럽기만 했을까?

기쁨의 날도 있었지. 첫 아이 출산의 그 경이로움은 한껏 나를 흥분시켰다. 그도 잠시. 친정에서 산후조리 한 달을 마치고 돌아오니 ‘고추도 달지 않고 나왔다’며 첫 딸에게 던지는 그 비하의 말에 가슴을 베이고 말았다. 둘째 아들 낳을 때까지 심장 고통은 시집살이의 정점이었다.

핏줄로 대를 이어야 한다는 어른들의 관념에 주눅 들었던 시간. 남편마저 아들이 아닌 딸을 낳았다고 ‘어쩌니? 네 편이 아니어서’라고 했으니 한은 사무치고 말았다.

일기장 속에는 희비가 엇갈리고 세월의 때가 있었다. 이제는 여유로 과거의 잘못도 다 인정하며 새롭게 삶을 만들어 가야겠다. 고뇌와 시련의 반성문, 한풀이가 아닌 희망과 사랑이 있는 행복 일기로.

행복의 일기를 써야겠다. 좀 더 밝은 내일을 위해 오늘 감사하며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찾아 가야겠다. 늘 주변이었던 내가 주체가 되어, 내가 행복하면 당신도 즐거운 걸 그걸 깨닫는데 30년 세월이 흘렀다.

참 좋지 않은가!
넘쳐나는 생활용품 쇼핑에 국내외 여행, 문화시설을 즐길 수 있으니 영혼이 풍요롭다. 여유롭게 하늘을 보고 나무 잎새의 바람으로 이만큼 살아온 나에게 행복을 일깨우리라.

매일 한 줄의 ‘행복 일기’ 쓰기
‘두둥실 구름에 내 마음 한가롭다.’

노경민 작가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노경민 작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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