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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국의 췌장-림프 등 6종 암투병기 45회] 황혼 속의 멋진 떠남은 어떤 것일까

기사승인 2021.07.27  08:5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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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속에서까지 고민하는 집착, 이해불가의 오늘

[골프타임즈=정병국 작가] 폭염에 지친 탓일까?
생각하지 않아도 될 엉뚱한 것에 집착합니다. 이를테면 서산 속으로 사라지는 노을을 따라갈 수 없을까? 분명 길이 있을 거라면 별별 궁리를 다 떠올리다가 실망합니다. 생각해 낸 것들이 유치하거나 황당해서입니다.

어떻게 하든 천수까지 살겠다고 15년째 암과 싸우는 사람이 하필이면 떠날 때를 생각하느냐, 타박합니다. 그동안 그 문제는 내가 나설 일이 아닌 하늘의 뜻으로 돌려놓았는데 왜 마음의 변화가 생겼는지 모릅니다.

희망을 품어야 할 환자에게 불필요한 상념이라며 털어내려 해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찰거머리로 파고들어 꿈까지 꿉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꿈속에서의 고민이 현실보다 더 진지하고 강합니다.

비록 중증암환자이지만, 앞으로 할 일을 정하고 차근차근 실천하고 있습니다. 문예계간지 ‘시와수상문학’지도 매호 착실히 발행되고 있습니다. 가을이면 출판할 중·단편소설집 퇴고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5월과 6월에는 참으로 많은 검사를 했습니다. 대장 등 장기의 내시경은 물론 췌장과 림프의 CT 동영상 촬영에 핵의학과에서 PET 검사까지 했습니다. 뭐랄까? 검사하다 죽겠다 싶을 만큼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초조하고 불안합니다. 머리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가슴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자꾸만 안 좋은 쪽으로 상상하며 밥맛까지 잃어버리는 등 안절부절못합니다. 오랜 투병에도 주요 검사 때마다 겪습니다.

순조롭게 잘 진행되는 일들이 있고 상상만으로도 몸 상황을 추락시키는 안 좋은 일 중 꿈은 후자를 좋아하나 봅니다. 편애하는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나쁜 쪽만 선택하여 집착의 고통을 안겨줍니까?

설마 꿈이 성격 이상자?
그럴 리가 없겠지만,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좌로, 우로, 바로 누워도 뼈가 받쳐 부드러운 이불 하나를 요 위에 더 펼칩니다. 문득 ‘등이 바르다’는 옛 어른들의 말을 떠올립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은 모두 깡마른 체구로 지팡이를 짚는 노인들이었습니다.

어느새 내가 그렇게 됐다는 확인에 또다시 ‘황혼의 떠남’으로 돌아갑니다. 아무래도 한동안, 이 올가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대로 흘러가렵니다. 가다 보면 다시 작은 ‘희망’과 ‘용기’를 되찾을 겁니다. 참담했던 췌장암 재발 등 그 절망을 이겨냈듯이.

참담했던 2차 치료 / 정병국

췌장암 재발
그것은 사형선고였다
신도 거스를 수 없는

A4 80매의 ‘췌장암, 그 후 십년’
투병기를 들고 정기검진을 받으러 간
2018년 11월 20일 오전 11시 30분
주치의는 췌장암 재발에 소화기관 전이를 선언한다

그 후 참담한 일정이 휘몰아쳤다
2018년 11월 28일 오후 3시50분 내시경 검사
12월 5일 오후 1시40분 2차 내시경 검사
12월 9일 오후 입원 823호
12월 10일 내시경 시술 중도 포기
12월 30일 수술 의사들 일정 관계로 1차 연기

2019년 1월 16일 오후 3시 수술 일정 확정
1월 30일 위 담낭 십이지장 들어내고 췌장도 또 40% 절제
소장에 이식한 후 식도와 소장 연결
2월 13일 퇴원 28일부터 통원 항암치료 시작

2019년 8월 8차까지 항암치료를 마친
44kg의 미라 늙은이 구름만 쫓는다

※정병국 암투병기 시집 59쪽 전문

소설가 정병국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대표,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발행인, 한국문협 회원으로 월간 현대양계에 콩트 연재중이다. 시집 ‘새 생명의 동행’, 소설집 ‘제3의 결혼’ 외 다수가 있다.

정병국 작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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