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ad47

[노경민의 샘터조롱박 47회] 서울 쥐와 시골 쥐

기사승인 2021.08.12  08:52:15

공유
default_news_ad1

- 불편한 만남이지만 정이 넘쳐

▲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만나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여름휴가지로 그곳에 머문다는 것도 큰 선심을 쓴 것이다. 두 밤만 자고 기차로 돌아오기로 하고 남편을 따라 나섰다.

20여 년 전, 남편 회사 오랜 지기로 회사야유회며 같은 동네 살았다는 이유로 함께 했던 휴가는 지친 도시의 삶에 활력을 주었다. 생소한 시골집과 맑은 계곡, 흐르는 물에 쏘가리며 꺽지 잡고 계곡물 가운데 술상을 차려놓고 막걸리 잔이나 비우던 때였다.

아이들도 초등학생 때라 왕성한 호기심과 함께 도시의 현란한 불빛만 보다 가로등도 없는 달빛에 의지하여 찾아갔던 읍내노래방. 포장도 안 된 시골길을 터벅터벅 걷다가 신작로를 만나 펄쩍 뛰며 차도 없는 도로에 드러누워도 보는 노래방 가는 길. 그 길을 한 시간 걸어 노래 한 시간 부르고 다시 한 시간을 걸어오는 색다른 체험을 했다.

처음으로 밭에 고추 따러 들어가 보기도 했다. 매운 고추내음에 한낮 땡볕까지 더해져 멀미로 쓰러진 경험은 맵다. 아침에 일어나면 계곡들판엔 거미줄에 이슬이 영롱한 게 대가의 작품이 따로 없다.

그 좋은 풍경을 망치는 것은 다름아닌 사람이었다. 동료내외는 쉬지 않는 입담과 자랑 질에 지쳤다. 처음엔 그래도 예의라 들어주었다. 차츰 귓등으로 듣다가 자리를 피해본다. 어느 집 숟가락은 어떻고 그 집 자식들은 타지에서 출세한 것도 좋다. 결국 귀결점은 자기 자랑으로 연결된다.

맑고 청아한 소리라면 귀라도 편안할 터인데 어쩜 부부가 같은지, 높은 하이톤에 연신 불러대는 이름이 머릿속에 맴돈다. 안사람은 낮으며 쉿소리 섞여 갈라지는 금속음을 내며 같은 소리를 반복하고 힐끗힐끗 남편을 흉보나 싶다 가도 자랑이다.

그런 부부가 도시생활을 접고 그 좋은 시골고향으로 내려가 전원생활을 시작한지 몇 해가 되었다. 남편은 해마다 내려가 10여일씩 머물고 오면 꼭 같이 오라는 엄명을 받았단다.

이번엔 아이들과 근처 펜션으로 여름휴가 떠난 길에 하룻밤 자고 남편 따라 나선길이다. 내키지는 않지만 인사차라도 뵈어야 할 것 같아 불편한 만남을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여름손님으로 갔다.

한낮 뜨거운 폭염 속에 코로나19로 마스크하고 반기지 않는 서울손님이다 보니 더 불편하기만 한데 만나니 또 반가워 어쩔 줄 모른다. 앉기 바쁘게 시작하는 집 자랑, 딸 자랑, 하다못해 화분에 심은 식물이며 밭에 심은 수박, 참외가 엄청 잘 되었단다.

두 밤 자려던 것이 베풀어주는 호의에 다섯 밤을 몸보신 제대로 하고 차 뒷좌석까지 시골농사 지은 걸 가득 채워주는 정에 마음이 또

불편하지만 나에게 없는 친화력에 탄복하며 넘치는 정에 또 마음이 열린다. 따뜻한 사람들임엔 틀림없다. 야박한 서울이라도 사람살이 부대끼는 맛에 살고, 시골은 시골대로 넉넉하며 나누는 그 맛에 사는 것이 아닐는지 싶다.

노경민 작가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노경민 작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73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