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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편지 송수복 제17회] 마음은 늘 부자 ‘폐지 줍는 어르신’

기사승인 2021.08.25  08: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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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 살아가는 그 분들이 존경스러워

[골프타임즈=송수복 시인] 새벽길을 바쁘게 오가며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 많습니다. 아직도 한낮에는 폭염으로 거리에 나가는 건 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등이 굽어서 얼굴이 금방 땅에 닿을 것만 같은 동네 어르신도 날마다 폐지 모으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오늘도 여전히 리어카를 끌고 비탈길을 오릅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빈 리어카를 덜커덩거리며 올라오십니다. 그리고 늘 마주치던 낯익은 모습으로 인사를 했습니다. 오늘따라 어르신이 호탕하게 웃으시며 빈 리어카를 내 앞에 멈춰 새웁니다. 굽은 등에 어렵게 얼굴을 들어 마주합니다.

그리고 묻지 않는 당신의  일과를 늘어놓습니다. 한낮에는 너무 더워서 못 하고 새벽부터 해야 한답니다. 당신의 얼굴은 땅에 가깝고 모은 폐지는 하늘에 닿도록 한가득 싣고 고물상 갖다주고 왔다면서 갈퀴 같은 손으로 만 사천 원을 흔들어 보입니다.

옛날에는 한 리어카 싣고 가면 한 삼만 원 받았는데 시방은 이 일도 하는 사람이 많아서 예전만 못하다고 하십니다. 오늘은 끝났다고 리어카에 허리를 기대고 땀을 닦으시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십니다. 우리는 그렇게 아침 인사를 나누고 비껴갔습니다.

코로나19가 없었을 때는 밤새도록 시장가나 영업집 앞을 휘젓고 다니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 잘 때 자기는 돈을 번다고 합니다. 거리에 나오면 천지가 돈이라고 합니다. 그 나름대로 대단한 노하우를 자랑합니다. 살아가는 방법도 가지가지라지만 돈 버는 방법도 또한 가지가지입니다.

폐지 줍는 사람이라고 다 가난하지는 않습니다. 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이 일 저 일 가리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그분들이 존경스러울 뿐입니다. 덕분에 집에 불필요한 박스며 보지 않는 책들 꺼내 놓고 어르신 리어카 기다립니다.

시인 송수복
시와수상문학작가회 수석부회장 송수복 시인은 서울시 청소년지도자 문화예술 대상·시와수상문학 문학상 수상. 시낭송과 시극 등 다양하게 활동하는 송 시인은 첫 시집 ‘황혼의 숲길에’ 이어 두 번째 시집을 준비 중이다.

송수복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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