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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의 샘터조롱박 48회] 시어머니. 며느리 흉보기

기사승인 2021.08.26  08: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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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흉과 복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그러면 안 되는 거지. 찾아 온 시어머니를 문 앞에 세워두고 뻔히 안에 있는 기척을 내면서 외출 중이라니, 말이 되냐고? 애 보러 갔지 저 보러 간 줄 아나? 아들 밥이나 얻어먹고 다니는지. 원”

열이 오르다 못해 쌍시옷이 들어가며 내 불쌍한 아들 하며 토해낸다. 손녀딸이 보고 싶어 지나가는 길에 아이 좋아하는 과자 사 들고 들렀더니 며느리가 문을 안 열어주는 게 아파트다.

막무가내로 찾아 드는 시어머니가 부담스럽고 싫은 건 며느리다. 아이에게 위생 관념도 떨어지고 가리는 거 없이 주는 불량식품(어린 아이에겐 나트륨도 당분도 안 되는데 성분 분석도 없이 들이대는 과자)도 싫다. 하물며 살림에 이래라 저래야 하며 아들을 챙기는지도 확인하는 데 불편하다.

당신 품을 떠나보낸 아들을 못 잊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로 마음을 혼란스럽게 한다. 귀하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나도 집에서 귀하게 자란 딸인 것을 왜 잊으시는지 섭섭하다.

함께 맞장구를 치다 문득 왜 고부지간은 이래야 하나 싶어 정신 차려본다. 서로의 관계를 나만 내세울 게 아니라 너를 먼저 생각한다면 내가 조금 불편하면 상대가 편하지 않을까 하는 배려심의 결여다.

나도 부족하고 너도 모자라서 함께 채워가면 될 것을 나만 편하자고 내 식으로 채우라 하니 어긋나고 삐걱거린다. 말에 뼈가 있어 칼날처럼 들이대는 줄 모르고 말을 뱉는다. 눈에 가시처럼 날을 세운다.

함께 살아주니 고맙고 감사하지. 혼자 산다고 성화일 때는 언제던가 잊는다. 결혼하여 사는 것도 서로의 다른 환경에서 오는 불편함을 감수해 나가는데, 같은 이치로 살펴주어야겠다. 한꺼번에 모두가 아니라 하나씩 바꾸어가노라면 편안한 합일점을 만나리라.

상대의 장점을 보는 눈을 가지고 칭찬하며 감사할 때 되돌아오는 건 같은 칭찬과 감사다. 베풀고 배려 속에 사랑도 깃든다. 서로 어루만져주고 못 본 척도 해주며 마음을 헤아려주는 아량을 베풀자.

십 년이 지나고 보니 바뀌지 않는 건 더는 변화 없으니 포기하고, 체념 속에 평화가 깃든다. 서로 노력하여 취할 것과 버릴 것 분별하여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흉도 복도 제게서 나는 것을 어찌 잊을손가.

노경민 작가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노경민 작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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