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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향의 다듬이 소리 51회] 시화전에서 만난 문학의 인연

기사승인 2021.09.13  08:5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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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과 감사와 존경을 전하며.....

[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소중한 목숨 하나 다림질 하듯 바람 끝에서 가을이 불어온다.
숨을 멎은 계절의 문 뒤에서 슬픔 하나 꿀꺽 삼키듯 가로등이 하나둘씩 불을 켜고 있다.

그 분을 만난 것은 2013년 어느 여름 등산로에 전시 된 시화전에서 였다.
문학카페를 운영하며 여러 시인들과 동인지까지 출간할 정도로 문학에의 열정이 넘치던 시절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 이것저것 다 귀찮아 쉬고 있을 때였다.

아무 곳에도 적을 두지 않고 은둔하다시피 5년여를 시 몇 편만 가끔 끄적이며 무료하게 지내고 있을 무렵, 등산로 입구에 나란히 걸린 시화에 마음이 꽂혀 갑자기 잊고 있던 문학의 열정이 끓어올랐다.

여기저기 수소문 한 끝에 시화전을 주도하고 관리하는 그 분을 만날 수 있었다.
단 한 가지 시를 쓴다는 것과 문학에 뜻을 둔 열정이 있다는 마음만 보시고는 나를 그 문학단체로 이끄셨고 그 후 지금까지 8~9년여를 산전수전 하며 문학의 길을 함께 걸어 왔다.

어느 날 10년 전에 받은 암수술로 인해 다시 암세포가 재발하여 여러 개의 장기를 떼어내는 대수술을 받으셨다. 그 힘든 고통을 견디시기를 3년 째, 와중에도 시 창작 강의로 후학들을 가르치고, 계간지와 여러 작가들의 책을 출간하며 열정적으로 문학 활동을 하시더니, 결국 더 이상 버티지를 못하겠는지 황망히 먼 길을 떠나시고야 말았다.

인명은 제천이라고 했던가. 하늘의 뜻을 누가 거역할 수 있으랴.
조금만 더 계셔 줬더라면...조금만 더 버티셨더라면...많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으로 슬픔을 삭이는 사이에도 현실은 어김없이 우리의 비통함 위에 숙제를 던져주고 있었다.

그 분이 하시고자 했던, 이루고자 했던 미완성의 일들이 사명감처럼 밀려왔다.
머리 속은 하얘지고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눈물만 흐르는데
그동안 우리는 그 분의 고생 덕에 얼마나 편하게 문학생활을 했었는지 새삼 느끼며 뒤를 돌아본다.

이제는 고통과 아픔이 없는 곳에서 마음껏 글을 쓰시며 평안한 안식을 누리시기를 기원하며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잃어버린 그 분의 생전을 기억해 본다.
문학과 함께 했던 소중한 인연들이 뒤를 따라 그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뜻을 따라 가겠노라 약속드리며 깊은 애도의 눈물로 작별 인사를 고한다.

지난 6일 영면하신 고(故) 정병국 스승님께 모두의 감사와 사랑을 전하며......박소향

시인 박소향
한국문인협회과 과천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과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박소향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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