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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향의 다듬이 소리 53회] 기억 저 편 어디쯤에서

기사승인 2021.10.04  09:3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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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떨어지는 낙엽처럼 한 순간인 인생

[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아름다운 기억,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들이 있다.
그렇게 잊지 못할 기억 하나 쯤은 누구에게나 있다.

가을의 실한 열매처럼 가끔 꺼내어 먹고 싶은 그 기억은 따뜻함과 사랑스러운 추억이 되어 우리 삶의 영양분이 되어 주기도 한다.

가을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비라도 내리면 왠지 눈물이 날 것만 같은 가을의 풍경들.
낙엽이라도 우수수 떨어져 내리는 날 운치 있는 카페에 앉아 커피라도 마시면 눈물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그런 풍경의 가을.

어느 날 그녀가 물었다. “아무나 붙잡고 연애나 할까?” “아무나?”
평소 같지 않은 그녀의 말투에 적잖이 놀란 나는 그녀가 부끄럽지 않게 안 그런 척 하며 되물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끔 미치나 봐, 아니 미친 척이라도 하는 건가 봐”
뜬금없이 계속 되는 그녀의 말들이 또 왠지 공감이 갔다.

“가을이잖아” 나는 그냥 그렇게만 대답하고 싶었다. 아름답고 황홀하지만 쓸쓸하고 외로운 분위기를 이길 수 있는 여자는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에 취해 미친 척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답할 수 있는 말은 없다는 것도 말이다.

어떨 때는 가장 단순 하고 가장 무식한 대답이 가장 현명한 답일 수도 있으니까....
혼자 살면서도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해 본 그녀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그렇게 마음가는대로 하면 된다는 말 말고는 해 줄 수 있는 말이 없으니까....

떨어지는 낙엽처럼 인생도 한 순간임을 느끼는 순간의 고독.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는 계절 , 흰 거품처럼 허옇게 달이 퍼지는 밤이면
내 인생에 커다란 추억과 의미를 남기고 떠난 사람들을 생각한다.

떠나버린 너와 남아 있는 우리가 평온을 찾기만 기도할 뿐, 우리가 할 수 있는 몸짓이 없다는 것 또한 남은 자의 몫이려니.
깊어가는 가을만큼 슬픔도 깊겠지. 아픈 상흔도 오래오래 남겠지.

오늘은 내가 묻는다. 아무나 붙잡고 연애나 할까?
낯설지 않은 이 저녁 길이 오늘 유난히 더 검다....박소향

시인 박소향
한국문인협회과 과천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과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박소향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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