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ad47

[문인의 편지 박원명화 제21회] 작은 네모 속 시간여행

기사승인 2021.10.20  08:57:46

공유
default_news_ad1

- 마음이 전하는 향기, 손 편지가 그리워지는 계절...

[골프타임즈=박원명화 수필가] 가끔 손 편지를 쓰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살아갈수록 지나간 시간들의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다시 되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이 그리울 때면 나는 작은 네모 속으로의 시간여행을 떠납니다. 마음 깊숙이 고여 있는 추억 같은 그리움이랄까요. 용서할 수 없던 것도 용서가 되고, 하지 못한 말도 하게 되고, 빛바랜 우정에도 새살이 돋게 해주던 그때 그 시절 쓰던 손 편지가 그립습니다.

손 편지의 힘은 마음이 솔직해지고 대담해진다는 것입니다. 바라보고는 낯간지러워 하지 못한 말도 부끄러움 없이 전할 수 있고, 감성이 흐르는 대로 내 진실을 담아 쓰다보면 상대를 향한 애틋함인지 더 다정하고 더 따뜻해지는 걸 느낍니다. 일종에 감동을 전해주는 문학이랄까요. 손 편지를 받아 읽다보면 메마른 가슴을 가진 사람도 서정적 감동에 젖게 됩니다.

우표는 통신수단을 위한 탄생물입니다. 다양한 소재를 작은 지면에 압축하여 표현해 놓은 종합예술품입니다. 무심히 보면 단조롭지만 모이고 모여 살펴보면 결코 예사로운 그림이 아니란 걸 깨닫습니다. 정치, 경제, 문화의 배경에서부터 스포츠, 시대적 사건, 사회적 이슈, 동물, 식물, 사물 등에 이르기까지 기념화나 시리즈 형태로 발행하여 수집가들을 유혹합니다.

우리나라의 우표 역사는 1884년 홍영식(洪英植)을 중심으로 신진개혁파가 주축이 되어 우정총국을 세워 업무를 개시하면서 우표가 탄생되었습니다. 한때는 우표수집이 취미였을 만큼 하늘 높은 인기를 구가하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기계문명의 발달에 묻혀 그 순수한 빛이 점점 바래져 가고 있는 듯합니다.

중학교시절, 친구 집에 갔다가 우연히 우표수집 앨범을 보고는 나도 그때부터 우표수집 하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학교 갔다 오면 제일먼저 우편함을 점검하여 식구들에게 온 편지봉투에서 조심조심 우표부터 떼어 수집함에 넣어 두곤 했습니다. 하교 길에 우체국을 들르기도 하고 기념우표가 나오는 날에는 새벽부터 우체국으로 달려가 긴 줄을 감수하며 우표수집에 열을 올렸습니다.

그러던 내가 언제부턴가 손 편지 쓸 일도 우표를 열심히 모으던 일도 시들해졌습니다. 기계문명의 발달이 사람의 취미를 편리함속에 가둔 까닭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손가락 하나만 움직이면 못할 것이 없습니다. 이렇듯 기계가 알아서 척척해주는 만큼 사람들의 생활이 여유로워야 하는데 너나없이 매일이 바쁘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으니 참으로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소리 없이 변해가는 것들이 무섭습니다. 요즈음은 우체국에 가더라도 옛날처럼 각양각색의 우표를 보기가 어렵습니다. 우표대신 수취인 란에 도장을 찍어 보내거나 봉투 자체에 인쇄된 요금별납으로 우표를 대신하다보니 우표발행도 예전처럼 활발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마음이 전하는 향기가 그리워지는 계절입니다. 손 편지에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를 팽팽하게 잡아끄는 어떤 힘이 있습니다. 정이랄까, 사랑이랄까, 새삼 그 끈끈한 애정을 느껴보고 싶어집니다. 무심코 틀은 텔레비전에서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고등학교 시절 위문편지를 숙제 삼아 쓰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수필가 박원명화
2002년 한국수필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수필가협회 사무국장이며 제9회 한국문인협회 작가상ㆍ연암기행수필문학상ㆍ제39회 일붕문학상을 수상했다. ‘남자의 색깔, 길 없는 길 위에 서다, 풍경’ 외 수필집 다수.

박원명화 수필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73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