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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향의 다듬이 소리 57회] 가을이 아름다운 이유

기사승인 2021.11.01  11:5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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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아름다운 것은 짧고 아쉬워서 더 오래 기억되는 것인가.
차가운 계절의 두려움과 적막을 이길 수 있을 만큼만 존재의 의미를 남기는 계절.
빛바랜 나뭇잎들이 하나둘 날리기 시작하는 저녁 무렵의 가을 색은 얼마나 센티멘탈 한지 처절한 고독의 중병까지 앓게 한다.

누구든 이러한 감정의 변화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인간은 누구라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 자연의 변화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알아가기 때문이다. 이제 가을의 모든 결정체가 모여 마지막 잎새까지 화려하게 빛나는 만추가 되려 한다.

마지막 담쟁이 넝쿨이 다 떨어져버린 삭막한 담벼락에 급성 폐렴으로 죽어가는 소녀를 위해 한 잎의 모조화를 그려주던 화가 버먼의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마지막 잎새의 기억은 얼마나 많은 시인과 작가들의 마음에서 아름다운 글과 그림으로 승화되어 왔든가. 그래서 우리는 가을이 되면 이길 수 없는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 먼 옛날의 추억을 전설처럼 되씹곤 한다.

인간은 자연 속에서 살다가 자연 속으로 돌아간다.
가을은 마치 사람의 일생과도 닮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독한 고독과 외로움을 던져주고 가는 이 계절의 니힐리즘을 오히려 즐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보다

물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내곤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데 산을 쳐다본다.”

시인 노천명은 “사슴”이라는 시를 통해 너무나도 고독하고 외로운 자신의 처지를 이렇게 노래했다. 이화여자전문학교를 졸업한 수재였지만 그녀는 고독했다. 평범하지 않은 외로움으로 서러울 때마다 그녀는 시를 썼다. 영광의 계절이 다 지나고 후 그녀에게 남은 것은 시인이라는 훈장뿐이었지만 말이다.

사춘기 소녀처럼 가을의 고독을 즐기는 사람들은 차라리 행복하다.
아직도 더 많은 이야기와 더 많은 삶을 살아야 하는 우리들은 행복하다.
그러니 더 많이 사랑하자. 가을의 슬픔은 진실한 사랑과도 같으니.....

꽃처럼 피다가 울던 그 영혼 속의 허무를 나는 사랑합니다.
까마득한 날에도 조그맣게 들리던 기도 소리처럼.........소향

시인 박소향
한국문인협회과 과천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과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박소향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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