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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향의 다듬이 소리 59회] 십일월이라는 숫자를 세며

기사승인 2021.11.22  08:4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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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과 닮은 듯한 미완성의 계절 앞에서

[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열두 개의 숫자를 다 세기 전 마지막으로 세는 숫자 십 일.
이제 마지막 숫자를 부르며 어느 한 해가 역사의 기록으로 남으려 한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숫자 영으로 시작된 세월의 뒤안길에서 다시 생각해 본다.
우리의 1은 제대로 끼워진 단추였는지를.

마지막이라, 끝이라는, 마무리라는 확실한 작별의 순간이 아니어서 차라리 더 처연해지는 달 십일월. 이쯤에서 가끔은 잉여인간 같은 슬픈 현실을 만나곤 하는데, 어쩌면 그런 순간들이 있기에 더 큰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는지 모른다.

조물주는 인간에게 신에 가까운 온갖 능력을 부여했다고 하는데, 그 재능중의 하나가 자신을 반역할 악마의 소질이라고 한다. 인간을 만들 때 실수로 그랬는지도 모르는 이 악마 근성은 애초부터 신의 모순이었는지도 모른다.

프랑스의 시인 뭇세는 인간을 평가할 때 이렇게 읊었다.
“사내놈은 모두 거짓말장이고 들떠 있고 수다스러우며 교만하지 않으면 비겁하고 모두 성욕에 싸여있는 노예들이다.” 여자들은 “믿음직스럽지 못하고 교활하고 허영에 들떠 있으며, 콧대가 높고 근성은 썩어 있다.”
뭇세는 온갖 악담을 퍼부우며 인간을 혹평했다.

그렇게 본다면 사람은 그 자체가 완성품이 아니라 더 많은 가공이 필요한 미완성품이다.
어쩌면 평생 지니고 가야할 미완성품이기에 완벽한 완성품이 되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고 자신을 훈련 시키는 것이 사람 아니겠는기.

완벽한 이별의 숫자 십이월이 오기 전 미완의 작별 연습을 하는 십일월.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게 하고 생각나지 않게 하고, 기억에서 멀어져 무뎌지게 하는 망각의 천사가 있어 우리의 미완은 견딜 수 있는 자신을 만나며 나이를 먹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비록 쓰디쓴 실패를 경험하고 고통스런 시간을 지날지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고 일어서는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으로 말이다.
신이 실수한 것 같은 미완성품일지라도, 시인 뭇세가 혹평한 흠집난 인간 일지라도 우리에게는 그 반대의 것들도 많으니 신은 공평한 것 아니겠는가.

십이월이 오기 전 아직 이별의 순간을 실감하지 못하는 십일월은
한 순간 실수로 빚은 미완의 인간을 많이 닮은 듯 하여 애틋하다......박소향

시인 박소향
한국문인협회과 과천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과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박소향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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