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ad47

[문인의 편지 송수복 제23회] 48번째 맞는 시아버님 기일에

기사승인 2021.11.24  08:53:35

공유
default_news_ad1

- 방역수칙 따라 남자들만 참석했다

[골프타임즈=송수복 시인] 올해로 마흔여덟 번째 맞는 시아버님 기일입니다. 명절이나 제삿날 아니면 가족들 모이기가 그리 쉽지 않아서 벌써부터 기다림으로 시간을 재촉합니다. 완화된 방역수칙도 불안한 마음에 추석명절에도 그랬듯이 아쉽지만 동서들은 오지 말고 시동생들만 참석하게 했습니다.

시집와서 시아버님 사랑을 듬뿍 받았습니다. 매사에 신중하신 성품에 동네 통장을 보시면서 궂은일은 도맡아 하셨고 청년들한테는 늘 모범을 보이셨던 부지런하시고 완고하신 분이셨습니다. 정말 오래오래 사랑받고 싶었는데, 너무 빨리 제 곁을 떠나셨습니다. 늘 아쉬운 마음으로 제삿날을 반깁니다.

높은 지대에 살다 보니 시장 보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몇 날 며칠을 오르락내리락 거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늘 딸처럼 아껴주셨던 따뜻하고 인자하신 시아버님 모습 떠 올리며 힘든 줄 모르고 식구들 좋아하는 각가지 음식도 정성껏 준비했습니다. 하나뿐인 아들 녀석도 소중하지만, 어릴 때부터 함께했던 시동생들도 자식 못지 않습니다.

손주가 태어난 지 20일 만에 딱 한번 안아보시고 돌아가셨습니다. 벌써 오십을 바라보는 그 손주가 할아버지 제사는 잊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버님을 꼭 닮은 막내 서방님이 늦게 도착했습니다. 날씨도 춥고 시국이 예전 같지 않으니 제사도 일찍 지내기로 했습니다. 예전에는 대청마루가 꽉 차게 엎드려 절을 했는데, 오늘은 단출합니다.

시아버님 제사 덕분에 늦은 저녁상이 푸짐합니다. 거기다 시누이가 김장했다고 가져온 겉절이에 편육까지 올려놓으니 넉넉한 한상 차림에 모두들 행복한 식사 시간이었습니다. 되도록 개인 방역수칙 철저하게 지키면서 잘 이겨내자고 서로의 덕담도 주고받습니다. 끈끈한 가족애로 이어지는 시간이 가을 끝자락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곧 시어머님 기일이 다가옵니다. 그때는 동서들도 다 모여서 시끌벅적하게 보내고 싶습니다. 음식도 푸짐하게 해서 더러는 싸주기도 할 겁니다. 맏며느리로 오 십여 년 살다 보니 가난한 살림이지만, 나눔의 마음은 늘 부자입니다. 온도가 차츰 내려갑니다. 올 겨울도 이웃과 더불어 우리 가족도 따뜻하고 건강한 겨울나기를 두 손 모읍니다.

시인 송수복
시와수상문학작가회 수석부회장 송수복 시인은 서울시 청소년지도자 문화예술 대상·시와수상문학 문학상 수상. 시낭송과 시극 등 다양하게 활동하는 송 시인은 첫 시집 ‘황혼의 숲길에’ 이어 두 번째 시집을 준비 중이다.

송수복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73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