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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의 샘터조롱박 62회] 사라진 첫 사랑보다 영원한 첫사랑

기사승인 2021.12.02  08:4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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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밖에 난 몰라

▲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아침 출근 길.

“아니, 이게 누구야?”

지하철 역사 안에서 미처 못 다한 화장을 마무리하느라 정신없는데 들려오는 소리다. 고개 돌려 보니 한 남자가 동그란 눈으로 놀라워한다.

벌써 십여 년은 넘었을 시간 속에 자리한 그 남자. 졸업식장에서 친구오빠로 와 사진 찍어 준 인연을 물고 늘어져 군대 다녀오고도 만났다. 사회초년생에겐 사랑보다 일이 중요하였고 그가 보여주는 관심이 싫지 않았던 그나마 나의 첫사랑. 남자의 집도 찾아가고 한 방에서 아무일 없이 넘겼던 날에 부모님은 결혼하자 덤볐다. 결국 집까지 찾아온 그를 만나지 않으려 장독대에 엎드려 숨었다. 그렇게 도망했던 내 첫사랑 남자.

함께 오른 지하철 안에서 그 남자는 또 고백한다.

“난 부모님이 서둘러 결혼했어. 아들도 하나 있고. 아직도 너를 가끔 생각한다.”

그의 말에 난 남편도 아이도 없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일을 사랑하는 여자로 남았다. 그에게 아련한 여자로 남고 싶었고, 그러나 나에게 첫사랑은 사라졌다.

이루어지지 않아서 더 멋지다는 첫사랑. 하지만 그 사랑보다 더 큰 아이와의 첫만남은 강렬했다. 내 생애 최고의 창조물. 내 생애 최고로 잘 한 일이고 아이가 자라는 그 순간에도 영원불멸이다.

남편과는 중매로 만나 서로 필요한 터라 결혼을 하였지만 내가 낳은 자식만은 최고의 걸작품이다. 아니 최고는 깨지고 최대도 더 큰 것이 나오는 변수가 있지만 최초는 영원한 것이다. 최초의 내 창조물은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고 설레는 일이었다. 첫 만남의 경이로움은 표현이 안 된다.

아이가 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아무것도 안 해도 그저 사랑스럽다. 작은 것에도 기뻐하고 신기해하며 행복한 아이 옆에서 삶의 존재자체가 가득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아이의 질문에 난감하기도 하지만 그 엉뚱함에 웃음이 절로 피어난다. 그렇게 아이는 첫 만남의 그 첫사랑을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나와 똑같이 소중하고 귀한 존재로 사라진 첫사랑보다 영원한 첫사랑으로 마음은 언제나 사랑충만이다.

오늘도 그 눈 먼 사랑에 내 마음을 다 내어준다.

노경민 작가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노경민 작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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