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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향의 다듬이 소리 64회] 낯선 곳에서 혼자가 되어 보는 것

기사승인 2021.12.27  09: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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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픔을 지워주는 망각의 시간들

[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어느새 시간의 틈에서 다시 해가 바뀌고 있다. 무리지어 가던 새들은 바다 끝으로 사라지고

추억을 묻는 긴 철길 위로 파도 소리가 섞인다.

동해 바다 저 끝에서 붉게 떠오르던 해가 아직 남아 있는 늦은 오후, 차창 밖으로 저녁이 되기 전의 풍경들이 지나간다.

처음의 그 포부가 찬란함 속으로 사라지기 전 우리들의 시간도 그러했을까.

설레임으로 시작한 여행의 마지막은 겸손이다. 산그늘 아래 숨어 아직 남아 있는 흰 눈이 기차 소리만큼 쓸쓸해 보일 때처럼 말이다.

지나간 세월과 망각의 슬픔은 잊어야 한다. 미움이나 무관심 때문에 일어났던 혼란스러웠던 빗나간 기억은 모두 지워야 한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가다듬어 그 자리에 바른 사상과 감정을 기록해야 한다.

여행의 길목에서 잠시 미아가 되어 되돌아보는 지나간 삶의 여정들은 언젠가 흙으로 돌아가는 사람의 마지막처럼 경건과 겸허함으로 마음을 가라앉혀 준다.

옛날의 그 자리가 그리워 빈터를 찾았던 고려말의 의사 원천석은 이런 시를 지었다.

흥망이 유수하니 만월대도 추초로다.
오백년 왕업이 목적에 부쳤으니
석양에 지나는 손이 눈물겨워 하노라.

만월대를 지나던 원천석의 회고다. 세월과 함께 그 옛날의 모든 부귀영화는 사라져버리고 갈대만 우거진 빈터에 찾아와서 시인은 이렇게 눈물겨워 했던 것이다.

시간은 마치 큰 위력을 가진 지우개와 같다. 아무리 위대한 권세의 자리였더라도 시간은 결국 그곳을 편편한 들판으로 다지고 잡초만 키워버린다.

이 같은 풍화작용은 사람의 마음에도 적용되어져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망각되고 지우개로 지운 것처럼 담담해져 감정의 파문 없이 그 때의 일들을 되새길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여행을 하는 것일 게다.
시간이 자나면 모든 슬픔들을 지워 버려주는 망각 작용은 어쩌면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자비로운 은총중의 하나인지 모른다.

낯선 곳에서 혼자가 되어보라.
우정과 사랑을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사색의 진가를 거기에서 느낄 수 있을 터이니....소향

시인 박소향
한국문인협회과 과천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과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박소향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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