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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의 샘터조롱박 66회] 마음먹기

기사승인 2022.01.06  00:3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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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맙고 감사한 새해

▲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힘겨운 시간이 끝났다. 무얼 위한 싸움이었는지 여 튼 끝났다.

부모님 돌아가시니 갑자기 우르르 형제들이 재산 나누자고 덤볐다. 멍청하게 앉았다 봉변이라고 우직하게 부모님만 모시면 영원히 살거라 여긴 우(愚)가 범한 현실. 결국 기여 분을 찾겠다고 소송 걸고, 소송 중에 합의하여 낸 조정합의판결을 받았다. 유산이라고 몇 푼 받는데 세금이 손을 내민다. 양도소득세까지 내고 나니 반 토막이다.

딸 셋을 키운 고모는 손주 봐 줄 때는 그래도 매달 용돈이라고 들어오더니 이제 학교 들어가고 나니 학원비에 돈이 부족하다며 슬그머니 사라졌단다. 설 명절과 생일 날 전해주는 십만 원이 다란다. 이사하느라 부동산 담보대출 받은 거 갚고 주택연금으로 돌려 생활해야 한단다. 그러니 자식들에게 의지 말고 움직일 수 있을 때 비축하고 벌어야 한다고 칠십 넘어서야 깨달으셨단다.

막내는 여전히 막내라고, 누나가 보태준다는 말에 덜컥 큰 집을 얻었는데 세금으로 다 빠져나가 반 토막인 유산에 울상이다. 빌려간 돈이나 갚으라니 기다리라며 계약금 날리게 생겼다고 여전히 징징이다.

둘째는 세금 정도 큰형님네가 내 주라고 버틴다. 제 집에 장사까지 하는 사람이 더 어렵다고 한다. 제가끔 가정을 이루고 살면서 제 살 것만 챙기는 모습들이 안타깝다. 그런다고 내 형편이 넉넉한가? 재개발로 밀려나는 주거지를 담보대출 받아서라도 옮겨야 하니 나도 코가 석자다.

사노라면 어디 계획대로 되던가? 그 집에서 재개발아파트로 갈거라 한 치 의심조차 없었는데, 아버님 가시며 변수가 생긴 것을. 사는 게 그렇지. 내 생각대로 산다면 난 고생할 이유도, 시련 당할 이유도 없다. 변수 따라 소송도 하고 섭섭하고 상처 주고 그러면서 산다.

오늘 난 김종영 미술관에 최종태작가의 구순 이야기 속 ‘기도하는 여인’들을 만나고 여유롭게 검은콩라떼 한 잔 놓고 앉았다. 여유는 내가 만들고 나는 자유롭다. 햇살 좋은 창 가에 인왕산 바위 안고 솟은 소나무를 보며 삶도 강인하게 이어져가리라.

또한 내가 가진 것이 얼마나 많은지 짚어본다. 잘 자란 아이들과 손주들. 힘겨운 싸움 중이지만 잘 버티어 준 남편도 있어 든든하다. 벅차게 이사하는 집도 남향에 쾌적한 공간이 마음에 들고, 무리수를 두지만 두 젊은 애들이 있어 걱정 없다.

고맙고 감사한 새해를 맞을 수 있는 게 내‘마음먹기’이다.

노경민 작가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노경민 작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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