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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향의 다듬이 소리 71회] 고독은 도피의 대상이 아니라서

기사승인 2022.02.14  08: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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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견디고 혼자 버텨야 할 시간

[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꽃들의 부재가 그리운 계절, 높은 허공 어딘가에서 바람을 타고 어느 고운 영혼이 오고 있나보다. 

아무렇지 않게 아주 태연하게 천천히 다가오는 환한 빛들.

그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알고 있다.

온갖 먼지와 근심과 아픔을 덜어내듯 조금씩 세상을 물들이고 있는 그것은 아마도 봄인 듯싶다. 

가슴 어느 한 켠 체한 것처럼 묻혀 있던 찌꺼기들이 시간의 줄을 타고 내려앉는다.

어딘가에서 흘러버린 눈물자국도 아닌 잊어버린 이름들의 망각도 아닌 그저 남아 있는 자들의 몫으로 

시간 속에 묻혀 다가오고 있는 세월의 흔적들이 까마득한 옛날 어느 산 아래 첫 범행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내 등 뒤에서 자리를 잡는다.

나목들의 슬픈 뒤척임, 땅 속은 온통 푸르름인데 세상을 떠도는 사람들의 실루엣만 정적에 싸여 있다. 

누구랄 것도 없이 아픈 시대. 밤이 길어서 사람들의 사연은 더 아픈 것인가.

제자리로 돌아와 곰곰이 자신을 투영시키면 거울에 비치는 우리는 모두 고독할 수 밖에 없다.

사상도 생각도 취미도 그 어떤 이해관계도 똑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지금은 한 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실존주의를 생각하게 한다.

그들은 인간은 우주 속에 던져진 고아와 같이 낳을 때부터 혼자이고 

결국 자기의 운명은 자신만의 판단으로 결정하고 나가야 할 고독한 운명이라고 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인생이든 직장이든 나를 어디에서 사용해야 할지 

생각하기 전에 태초의 운명을 위해 울어야 하는 인간, 이런 존재를 가리켜 실존實存이라고 불렀다.

결국은 혼자만의 외줄기 인생을 가야 하는 인간은 고독한 나그네 같은 존재이다.

그래서 사람은 자기 자신을 버릴 수 없다. 본질적인 존재 양식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하며 여기서 도망치는 사람이야말로 어리석은 사람이다.

그래서 고독은 도피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사랑하고 극복해 나가야 할 대상이다.

저만치 봄이 오고 있다. 이제 물오른 가지마다 잎이 돋고 꽃이 피어날 것이다.

한겨울의 나무처럼 오래도록 고독을 극복해 나간 사람들만이 봄처럼 환한 희망을 볼 수 있다.

대지 위에 따뜻한 봄 비가 내리면 우리의 가슴에도 비가 내리는 그 시간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외롭고 고독한 시간에 나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나는 진실 할 수 있게...박소향

시인 박소향
한국문인협회과 과천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과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박소향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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