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ad47

[노경민의 샘터조롱박 76회] 온고지신(溫故知新)

기사승인 2022.03.24  09:08:15

공유
default_news_ad1

- 새것도 좋지만 익숙한 것이 더 편안해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새 집에 이사 왔다.

넓은 집으로 오면서 20년 묵은 살림살이 절반은 버리고 왔다. 그렇게 버렸는데도 새 집엔 쟁여 놓을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더 버려야 한다. 단독주택 살 때는 여기저기 창고로 쓸 공간이 많았는데 공동주택은 공간은 넓은데 창고부족이다. 집에 맞추어 또 묵은 짐을 버리고 버린다. 묵은 가구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구석으로 밀리다 결국 내몰린다. 새 가구에 밀린 묵은 살림들.

오래된 것은 익숙하다. 그 익숙함을 낡았다는 이유로 버려야 새것을 들인다. 매일 택배 받는 새것 좋아하는 젊은 딸아이에게 쓰던 거 익숙한 거 옛 것이 좋은 것이다 하면 다툰다. 새로운 것은 다시 더 새로운 것을 찾게 한다. 익숙한 것에서 떠날 때가 되면 아쉬움과 미련이 남는다.

때로는 옛 것이 좋고 때로는 새것이 좋을 때가 있다. 좋은 옛 것은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골동품이라는 이름으로, 빈티지라는 이름으로 포장이 되기도 한다. 좋은 새것은 변화라는 이름으로 모던하다 하고, 내추럴하다는 이름으로 불린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무엇을 버려야 할지 어떤 것을 취해야 할지 그 조화로움을 맞추기가 어렵다.

간직할 것과 버릴 것이 분명한 삶을 살고 싶다. 단순함이 주는 기쁨을 만끽하고 싶다 생각하는 순간 버릴 것이 생긴다.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물건, 창고 속에 햇볕도 보지 못하고 손길 한 번 가지 않았던 물건들을 꺼내놓는다. 다시 애착이 가지만 과감히 끊어버린다. 유행을 따르기보다 머물러서 편안한 집으로 살고 싶다.

옛 어른들은 궤짝 같은 반닫이 가구가 혼례 혼수였다. 그 반닫이에 집안 보물이 다 들어가고 그 위엔 이브자리를 올려 생활하였다. 변변한 것 없어도 물건에 속박되지 않는 삶이다. 물건에 대한 소유욕을 버리고 나니 단출해진다.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사회단체에 기부하고 나니 마음도 뿌듯하다.

가치 있는 소비를 생각한다. 바쁜 삶 속에 집은 더없이 소중한 공간이다. 삶을 따뜻하게 채워나갈 미래의 산실. 그곳에 옛 조상의 지혜와 절제의 미를 더해 미래의 희망이 공존하는 곳으로 알아가는 맛이 있다.

새 것도 좋지만 옛 것의 익숙하며 깊고 은밀한 맛은 새 것에 견줄 수가 없다.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이 더 편안한 것은 나도 늙어가는 걸까 싶다.

노경민 작가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노경민 작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73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