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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향의 다듬이 소리 79회]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기사승인 2022.04.11  08:5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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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황의 봄은 허공에서 터지고

[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삶은 늘 아이러니다.

두려움도 없이 떠난 길 위에서 한줄기 소나기를 만났을 때처럼...

예상치 못한 것으로부터 온몸이 젖는 어느 순간처럼...

축축한 뇌관 사이로 선열을 안고 찾아오는 낯선 길에서의 묘한 이 자유.

오래도록 거기 멍을 때리고 앉아 백치 같은 얼굴로 흐려져 가는 생각을 지우고 있노라면 세상은 잠시 멈춤이 된다.

머리 위로 벚꽃은 흐드러져 다만 친숙한 것 한가지는 커피향과 그리고 조그많게 멀리 보이는 십자가 지붕뿐,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 없다.

그렇게 잠시 나이 든 방황도 괜찮다는 자위로 이 봄을 누리는 것일 테니까.

누구나 방황의 시절은 있다.

어느 계절일지 모르는 그 시간은 언젠가는 꼭 한 번 열병처럼 왔다가 간다.

절망의 절벽에서 만난 하얀 균열, 하얗게 날리는 모든 봄의 꽃들은 아마도 슬픔의 도상에 대한 히스테릭한 색인지도 모른다.

절박한 시간들이 다 떠나고 없는 빈 정거장에서 낡은 이정표처럼 서 두려움을 맞딱뜨리는 것 만큼이나.

때론 그 절박한 방황이야말로 아름다운 삶을 만들어내기 위한 도구가 된다.

방향을 잡기 위한 키를 쥐고 자신만의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그래서 어쩔 수 없는 두려움과도 공존해야 하는 방황을 갖는다는 것은 어쩌면 행복한 일이다.

우리는 다 누구에나 잊혀지지 않는 존재가 되고 싶어 한다.

그것은 혼자가 아니라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서로에게 잊혀 지지 않는 존재가 된다.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어 살아가는 순간순간을 견디게 해 주어야 하며 그것으로 인해 잊혀 지지 말아야하고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나의 이름이 불리워 지는 것은 그만큼 살아갈 수 있는 한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꽃다운 그대들이여, 이제 우리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자.

살아가야 할 아름다운 이유는 그거 하나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도록....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도 그에게로 가 꽃이 될 수 있도록....박소향

시인 박소향
한국문인협회과 과천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과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박소향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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