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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인의 마음밭 꽃씨 하나 1회] 품앗이

기사승인 2022.05.10  08: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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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세상에 보내어진 목적

[골프타임즈=이정인 시인] 봄날이 기울어지는 오후 장을 보고 있는데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매장이 떠나가라 들린다. 궁금해진 나는 소리 나는 쪽으로 다가가 보았다. 아이를 달래는 엄마의 얼굴이 온통 땀으로 젖어있었고 계산대에 물건을 올려놓고서야 아이 엄마는 지갑을 집에 두고 온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계산을 해주고 아이에게 주스를 건네주었더니 온 힘을 다해 울고 있던 아이는 어쩌면 그리도 해맑게 웃는지 인형처럼 예뻤다.

아이 엄마가 계좌이체를 해주겠다는 것을 괜찮다고 하며 돌아서는데 몇 년 전의 일이 문득 기억이 났다. 요금소를 통과해야 하는데 현금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어 당황스러워진 나는 계좌이체를 해주겠다고 했지만, 한 평도 안 되는 작은 공간에서 일하시는 그분께서는 환하게 웃으시면서 계좌이체 하지 말고 그냥 가라고 한다.

그리고 10년 전 어느 모임에서 알게 된 선생님이 있었는데 당시는 삶의 모든 것이 힘들었을 때였다. 어느날 그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아이가 셋 있다고 들었는데 성장기의 아이들이 꼭 읽으면 좋은 책이 있는데 당신이 그 책을 사서 보내주면 좋겠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계좌번호를 알려주면 대신 아이들 책값을 송금해 주시겠다고 말씀하셨다.

순간 당황스러웠던 나의 망설임이 길어지자 선생님께서는 버럭 소리를 지르시며 사람 부끄럽게 적은 돈이라 계좌를 알려주지 않는 것이냐며 당장 계좌를 보내라 하셨다.

1분 뒤 내 계좌에 들어온 돈은 일천만 원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충격적인 일이었다.

선생님께서는 “돈이라는 것은 인생의 쓰임새로 잘 사용하라고 만들어진 것이니 아이들 교육비에 지출할 일이 많은 그대가 잘 사용했다가 후일 동일한 상황이 만들어질 때 세상을 바꾸는 올바른 순환의 이음새가 되면 좋겠다”며 “아이들 잘 키우고 세상에 좋은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나누어야 하는 것을 확장시키는 삶을 살면 참 좋겠다”시며 전화를 끊으셨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오래 전 사고로 아들을 잃어버린 상실감을 사람들과 도움을 나누는 삶을 살아내는 따뜻한 온도의 어른이었다. 선생님의 그 천만 원이 나의 꿈을 발아시키고 성장시켜준 씨 간장 같은 것이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그 분 덕분에 나는 지나간 시절의 꿈을 기억해 내는 기적을 만났다.

누구나 꽃 같은 화려함의 시간이 있고 또한 예견하지 못하는 어려운 시간을 만나기도 한다.

기도와 염원의 출발은 행함이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사람의 마음이 가진 올바른 힘이다.

나로부터 먼저 시작하는 작은 나눔이 주변을 행복하게 만들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준다. 조상들의 아름다운 나눔이었던 품앗이의 깊은 전통이 아직 세상에 많이 남아있음이며, 서로의 삶을 응원하고 함께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 것 또한 세상에 보내진 우리의 목적이다.

마음에 꽃씨 하나가 어떤이의 따뜻한 마음에서 걸어나와 나에게 선물처럼 왔다.

시인 이정인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사무국장, 옳고바른마음 총연합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2017년 언론인협회 자랑스러운 교육인상을 수상했다. 컬럼니스트와 시인으로서 문학사랑에도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정인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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