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리적 타격의 유사 인지 과정...‘히팅’이라는 역학적 원리 ‘정확하고 일관성 위해 무념무상으로’
[골프타임즈=이종철 프로] 잠시 학창시절의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그 당시 선생님들의 필수품 중의 하나가 ‘사랑의 매’였습니다. 몽둥이도 각양각색, 회초리도 각양각색 선생님마다 특징이 있었죠. 선생님들의 매질에 관한 방법론은 아이들 사이에 화젯거리가 되곤 하였습니다. 그 중에는 참 맛깔나게 잘 때리시는 분들이 계셨죠. 쫙쫙 들러붙게 말입니다. 갑자기 웬 회초리 이야긴가 하시겠죠?
회초리질과 골프스윙에는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두 동작은 상호 비슷한 동작으로 이루어지며 무언가에 물리적 타격을 가한다는 유사한 인지적 과정에서 비롯됩니다. 게다가 골프스윙이든 회초리질이든 별 생각 없이 한 순간에 처리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스윙을 무엇인가 특별한 동작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혀 새로운 동작을 배운다는 착각으로 애써 필요 없는 오류를 범합니다.
가령, 테이크 백을 할 때는 삼각형을 유지해야 하고, 백스윙 때는 오른팔이 90°가 되어야 하고, 탑 스윙에서는 왼팔을 펴야 하고, 손목은 쟁반을 드는 모양처럼 해야 하고, 다운스윙은 이렇게, 임팩트는 또 이렇게, 체중이동, 하체 턴 등등.
이러한 오류는 보시다시피 스윙을 부분부분 뜯어서 생각하게 되고 지나치게 세심하게 만들어가는 불필요한 노력을 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골프스윙을 잘못 이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선생님이 하는 이야기라 조금도 믿어 의심하지 않고 따라합니다만 머리에 쥐가 날 지경입니다. 그 비싼 레슨비 내고 가르침을 받은 것이니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이렇게 많은 동작을 하나하나 생각해서 하다 보면 애당초 되지도 않을 노력에 결국 한계에 부딪치게 됩니다. 그리고는 엉뚱한 결론을 내리고 말죠. ‘나는 운동신경이 둔한가 보다’ 혹은 ‘골프 참 어려운 운동이구나’하고 말이죠. 필자의 연습 방법이 오랜 시간 이런 방식이었고 이렇게 연습해서 스윙이 완성되면 골프가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누가 봐도 스윙이 이상합니다. 스윙이 물 흐르듯 되지 않을뿐더러 리듬감도 없습니다. 어색한 모양에 내공이 없어 보이는 것입니다. 중요한 점은 구질의 패턴이 없습니다.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릅니다. 아마도 이런 사람들 때문에 필드에서 타구 사고가 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합니다. 물주전자로 옆 라인을 그리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선을 예쁘게 똑바로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해본 분들은 알겠지만 반대쪽 목표를 쳐다보고 번개같이 달려가며 물을 뿌려야 합니다. 그런데 조금 모자란 사람은 그걸 똑바로 그려보겠다고 땅만 쳐다보고 갑니다. 눈앞에서 똑바르다면 전체가 똑바를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죠. 그러나 뒤돌아서 삐뚤삐뚤한 선을 보면서 깜짝 놀라고 맙니다. 요렇게 스윙을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일필휘지(一筆揮之), 거리낌 없이 한방에 왔다 한방에 가야 합니다.
요번엔 아빠가 아들놈 종아리에 회초리질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이놈이 오늘 담배를 피우다 걸려 아빠가 무지 화가 나 있습니다. 그래서 아빠는 아주 세게 열 대를 때리려고 작정합니다. 한 대, 두 대, 세 대…여기서 우리는 앞서 말씀드린 회초리질과 골프스윙의 상관관계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이 두 동작은 히팅(hitting)이라는 동작에서 나오는 공통적인 역학적 원리가 숨어있다는 것입니다.
회초리질을 구분동작으로 나누어 보자면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① 종아리 부분에 때릴 곳을 넌지시 댄 다음(어드레스)
② 회초리를 뒤로 뺍니다.(백스윙)
③ 어느 적정선의 높이에서(탑스윙)
④ 종아리를 향해 방향전환(다운스윙)을 합니다. 그리고
⑤ 마침내 회초리는 목표지점인 종아리의 안착이 됩니다.(임팩트)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골프스윙과 흡사합니다. 그럼 여기에서 우리는 회초리질을 보다 정확하게 일관성 있게 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백스윙시의 궤도를 생각할까요?
아니면 탑에서 팔의 각도를 생각할까요?
또는 손목의 모양을 생각할까요?
아닙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 정답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회초리질 할 때 무언가 기술적인 부분을 생각한다면 마치 정신병자가 따로 없습니다. 이처럼 골프스윙에서의 팔 동작은 회초리질의 오른팔 동작과 비슷하게 이루어집니다. 그 어떤 계획된 동작을 해서도 안 되고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야말로 단순하게 아무 생각 없이 해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말이죠.
회초리질 할 때는 회초리를 든다. 친다.
골프공을 칠 때는 클럽을 뒤로 뺀다. 친다.
골프, 생각이 스윙을 바꾼다 中에서...
골프전문 멘탈코치 이종철프로 ‘이종철프로의 골프심리학’ 블로그 가입
이종철 프로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소속 프로, 한국체대 졸업. 前)한국체대 골프부 코치. 한때 심리적인 문제로 골프와 삶을 어려워했으나 이는 골프 심리에 관한 남다른 관심을 갖도록 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강연을 다니고 있다. 현재는 멘탈 코치로 활동하며, 일반 골퍼를 위한 주말레슨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