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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인의 마음밭 꽃씨 하나 3회] 행복요양원

기사승인 2022.05.24  10:5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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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가 만들어준 기적

[골프타임즈=이정인 시인] 일흔 두 시간 째 숙면은 고사하고 눈 꺼플마저 감기지 않는 나는 밤거리를 향해 너덜거리는 반바지를 입었습니다. 바지보다 더 너덜거리는 마음이 저만치 기우뚱거리며 따라오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향한 멈출 수 없는 미움은 온통 자신을 피해자를 만들어 모든 원인이 내가 아니라 상대에게만 있는 것처럼 단정 짓는 것으로 마음은 앞장서지 못하고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걷는데 눈에 들어오는 간판 하나 ‘행복요양원’ 입니다.

다음날 아침 행복요양원을 무작정 찾아갔습니다. 그냥 그래야 하는 것처럼 발걸음이 방향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요양원 원장님께 혹여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물었더니 봉사자들이 많이 다녀가긴 하지만 60명의 어르신을 돌봄 하기에는 손이 많이 부족하다 하시며 봉사를 해주면 고맙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다음날부터 하루에 4시간씩 6개월 동안 봉사를 하겠다는 약속을 하였습니다.

부지런히 주방 일을 도왔더니 며칠 후 위층으로 올라가 어르신들을 돌보는 일을 해보라고 하십니다. 우기(雨期) 철이었고 요양원이 마침 공사 중이었기에 커다란 강당에서 60명의 어르신들이 함께 모여 계시는데 그중 단정하고 언어도 또랑또랑한 어르신께서 저를 부르시더니 이곳에 온 지 사흘째인데 급하게 오느라 집에 중요한 서류를 처리하지 못하고 왔다고 하시며 당신을 좀 도와 달라고 하십니다.

간호사님 말씀이 3년째 같은 말만 하고 계시다며 여든이 넘은 나이에 대학을 나오셨고 자녀가 없으신 어르신이라는 말을 전해주네요.

휠체어에 묶여 있는 어르신들도 보이는데 너무 놀라 왜 어르신을 이리 묶어 놓았냐 물으니 안 그러면 하루 종일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뜯어먹고 계시기에 어쩔 수가 없다고 합니다.

침을 흘리며 옆에 있는 어르신에게 하루 종일 험한 욕을 하는 어르신, 연신 화장실을 들어가 지저분한 휴지를 주머니에 넣는 어르신, 빛 받으러 가야 한다며 바로 옆에 있는 침대에 다가가 돈 달라고 떼를 쓰는 어르신…

저녁을 드시고 난 후 양치를 시켜드리는 시간인데 우기 철 행복요양원의 저녁은 비위가 이만저만 상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작은 컵 하나에 담겨야 하는 틀니, 젊은 날의 영광은 지워져 버리고 무엇 하나 스스로 할 수 없는 사람들

집에 돌아와 적어 보기 시작한 첫 번째 감사는 양치질을 스스로 할 수 있는 기쁨이 얼마나 큰 것인지에 대한 것이었고 스스로 밥을 먹을 수 있는 기쁨과 연이어 감사의 이유들이 제어하기 어려울 만큼이나 적히기 시작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눈곱도 떼기 전 감사의 이유들이 주렁주렁 마음에서 걸어 나오기 시작합니다.

감사를 적는 기쁨이 얼마나 크던지 건조하고 메말라 바늘 자욱하나 들어가지 못하던 마음에 무늬가 생겨나더니 내가 사용하는 말의 주어가 변하고 감사가 만들어준 기적은 내 삶의 사람들을 바꾸어 주었고 내 인생의 동사가 날마다 춤을 추는 삶으로 만들어 주기 시작했습니다.

감사가 만들어준 기적은 사람들을 사랑하게 깨닫게 해준 행복요양원의 선물입니다.

시인 이정인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사무국장, 옳고바른마음 총연합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2017년 언론인협회 자랑스러운 교육인상을 수상했다. 컬럼니스트와 시인으로서 문학사랑에도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정인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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