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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인의 마음밭 꽃씨 하나 4회] 위태함이 보내주는 신호

기사승인 2022.05.31  08:5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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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진정한 여행자는 나와 잘 걸어가는 것

[골프타임즈=이정인 시인] 4년 전 오랜 시간을 몸 담아온 일터를 정리해야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살다 보면 가끔 의도하지 않은 일을 만나기도 하지만 15년을 몸담아 온 일터를 정리하는 것은 의외로 그 불편함이 큽니다.

엄마라는 이름표를 떼고 내 이름을 찾아준 곳에서의 15년은 상상을 넘어서는 발전을 이루어준 곳이었기에 그 상실감은 매우 컸습니다.

지천명이 되어가는 나이에 깊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 보니 참으로 난감하기가 이를 데 없어 마음은 어둡게 가라앉았습니다.

무슨 방법으로 이 깊은 상심에서 걸어 나올 수 있을까?
마음의 풍랑은 통장을 확인해보게 되고 아이들이 다 자라준 덕분에 3개월은 쉬어도 되겠다는 자축의 위로를 하며 무작정 짐을 꾸렸습니다.

오래전부터 버킷리스트에 있던 붉은 모레 사막은 아니어도 여기서라도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에 찾아가기로 결심 했습니다.

그렇게 정해진 여행지가 남해였는데 정하지 않고 가는 여행이 볼거리도 더 많다는 것을 알기에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고 떠났습니다.

4시간을 넘게 달려 남해에 도착해보니 피곤이 밀려와 숙소를 먼저 잡았습니다. 무심코 열어본 냉장고안에 있던 맥주가 어찌나 반갑던지 혼자 마시는 술이 이렇게 맛있었는지 하며 안주가 신통치 않아도 세상 부러울 게 없는 무아지경이 되어 자축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렇게 호텔에서 혼자 삼일을 자다 깨다 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보냈습니다.

읽어보려고 가지고 갔던 책은 단 한 장도 열지 않은 채 먹고 자는 일에 온몸을 맡긴 편안한 여행자가 되어버린 나는 마음이 평안해진 지점에서야 비로소 구겨진 마음을 꺼내어 한 장 한 장 읽어봅니다.

숨 고를 사이 없이 15년을 분주하게 달렸던 자신을 토닥여주며 어느 페이지에서는 온통 상처로 서럽게 울고 있는 나를 또 안아줍니다.

마지막장에서는 잘해온 나를, 수고한 나를, 더 잘살아갈 나를 위로하며 여행의 날을 보냈습니다.

이러한 나만의 여행은 탄력을 받았고 두 번째 인생에서 만나게 된 지금의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지나간 시간도 괜찮았던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직업을 바꾸고 4년 동안 나는 행복한 성장을 하고 있다는 마음이 들어 뿌듯합니다.

처음 15년간의 일터는 어쩌면 뿌리가 되어주었고 모죽의 열매가 세상으로 나오게 해 주었구나 생각을 하며 웃음을 지어봅니다.

분주한 일들이 많아서 가끔은 정신을 가다듬어야 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시간들이 참 좋습니다.

살다가 의도하지 않은 일을 만나게 되는 것은 인생이 파란만장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길을 바꾸어 보라고 알려주는 인생의 신호입니다.

삶의 진정한 여행자는 내 안에 있는 나와 잘 걸어가는 것입니다.

시인 이정인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사무국장, 옳고바른마음 총연합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2017년 언론인협회 자랑스러운 교육인상을 수상했다. 컬럼니스트와 시인으로서 문학사랑에도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정인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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