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ad47

[박소향의 다듬이 소리 98회] 시간과 공간 사이

기사승인 2022.08.22  08:10:16

공유
default_news_ad1

- 삶과 사랑의 본질을 찾아

[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우리는 유서를 써야 할 때가 온다. 마지막 말을 준비했다 하더라도 그 말을 전할 수도 있고 전하지 못하고 떠날 수도 있기에 우리의 삶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살아나간다.

우리에게는 주어진 운명의 공간이 있다. 국적이나 부모는 내 마음대로 정할 수가 없다.

태어난 곳에서 숙명적으로 운명의 시간을 살아간다. 그리고 떠난 후에는 한 평 남짓한 묘지에 묻히거나 한 줌 재로 없어져버린다.

꽃이 피고 지듯이 그 공간 속에서 사람들은 모든 시간의 흐름을 통해 유년기를 보내고 청춘을 보내고 불혹과 노년기를 보낸다. 모든 인간의 삶은 실존주의 작가들이 증언했던 것처럼 외롭게 나가떨어진 우주의 고아들이다.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는 꽃들이 혼자 고독하게 피고 지듯이 다 같은 고독의 슬픔 속에 나와 타인의 존재를 의식하듯 인간도 고독하게 피었다가 진다.

먼 옛날 아담과 이브는 단 둘이 아무도 없는 들판에서 만났다. 그들은 모두 외로운 존재였기에 신은 외롭게 있는 남자의 늑골을 취해 여자를 만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남자가 자존심을 내세울 만한 처지는 아니었다.

이렇게 넓고 넓은 세상에 여자가 없었다면 그 외로움을 어찌 견뎌냈겠는가.

그들은 서로에게 외로움 속에서 같이 사랑을 나눌 수밖에 없는 절실한 이유가 되었던 것이다.

이것이 태초의 원시적 사랑이었지만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그리워하고 만나야만 되겠다고 몸부림치는 사랑의 본질은 여기에 있는 것 아니었을까?

외로움을 견딜 수 없기 때문에 맺어지는 사랑, 그것은 꽃이 피고 지듯이 시간과 공간 사이에서 사람들이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이어주는 이유가 되었는지 모른다.

여름은 서서히 지고 있다. 이제 곧 낙엽 밟는 소리가 구르몽의 시처럼 시몽을 불러올 것이다.

긴긴날의 고독 속에서 지난날을 생각하고 다시 올 봄을 기다리며 침묵으로 전해주는 그 많은 이야기들, 그 많은 이야기들은 아무나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삶과 사랑의 본질을 찾아 고독과 외로움 속에서 누군가의 그리운 손목을 꼭 잡고 울어 본 자만이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예술가는 설교를 하고 있다는 의식이 없을 때에만 가장 효과적으로 설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썸머셋 모옴-

시인 박소향
한국문인협회, 과천문인협회 회원, 시와수상문학 발행인,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박소향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73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