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ad47

[이정인의 마음밭 꽃씨 하나 17회] 여자의 동지는 바로 여자이니까

기사승인 2022.08.30  09:14:00

공유
default_news_ad1

- 사돈과 엄마

[골프타임즈=이정인 시인] 결혼한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주말에 데이트를 하자 해서 무조건 좋다고 대답해 주었다. 그런데 데이트에 초대할 사람이 한 명 더 있다는 것이다. 누구냐고 물었더니 시어머니이라 한다.

안 그래도 안부가 궁금하던 차에 잘 됐다 싶었다. 딸은 친구들에게 이런 조합으로 1일 데이트를 한다고 했더니, ''뭐하러 스트레스를 일부러 만드냐''며 일 만들지 말라고 했다 한다. 딸은 친구에게 소중하게 길러주신 양쪽 어머니들께 행복한 시간을 선물해 주고 싶어서 마련하는 자리라고 말을 해주었다고 한다.

우린 무슨 인연이기에 이렇듯 세상에서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자식을 통하여 인연이 되었을까?
사돈과의 하루는 꽃다발 만드는 원데이 클래스 즐기기였다. 손으로 만드는 것에 전혀 소질이 없는 나였기에 긴장감이 생기기도 했지만, 친절한 선생님이 준비해 주신 고급스러운 재료 덕분에 재미있게  꽃다발 만들었고 제법 근사한 꽃다발이 완성이 되었다.

결혼이란 시간도 이렇게 꽃을 한 송이 한 송이 모아 완성을 해 가듯 조금씩 완성해 가는 시간이다. 꽃을 손질하다가 간혹 장미 가시에 찔리기도 하지만 결국은 꽃다발을 아름답게 완성시켜 주는 일등 재료이기도 하니 말이다.

오후 시간을 함께 보내며 사돈은 연신 딸에게 “엄마가 해 줄게” “엄마는 이렇게 생각해”라며  말을 할 때마다 꼭 엄마라는 표현을 했다. 아이들 결혼식이 끝나고 사돈은 두 번째 엄마가 되어주겠다는 말을 했었다. 사돈이 표현하는 '엄마'라는 단어가 마음에 따뜻하게 와닿는 시간이었다.

사돈은 구순이 넘어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의 병간호를 하고 있다고 한다. 시어머니의 젊은 날의 모습은 늘 단아하고 아름다웠음에도 불구하고 치매가 찾아오니 바로 눈앞에 있는 현상만 이해하고 기억한다는 것이다.

아들 며느리와 셋이서 차를 마시다가 누구 한 명이 그 자리를 빠져나가도 바로 전 함께 한 사람의 존재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딸이었다가, 누군가의 며느리 였다가, 누군가의 시어머니가 되는 역할을 하며 순환의 이음새가 된다.

이렇게 서로의 역할을 바꾸어가며 가계도가 채워지고 이름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서로의 이름에 걸맞은 마음의 질량을 가지고 있어야 인생에 존재하는 총량의 법칙처럼 사랑도 우리가 받았던 질량에서 조금 더 채워져 누군가에게 또 이어진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진부하고 오래된 말이 더는 고부간의 갈등이나 경쟁심에 사용되지 않도록, 언어의 길을 새롭게 바꿔 주어야 한다. 여자의 동지는 바로 여자이니까.

시인 이정인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사무국장, 옳고바른마음 총연합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2019년 언론인협회 자랑스러운 교육인상을 수상했다. 컬럼니스트와 시인으로서 문학사랑에도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정인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73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