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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인의 마음밭 꽃씨 하나 21회] 자유인을 위한 어느날의 인터뷰

기사승인 2022.09.27  08:5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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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타임즈=이정인 시인] 비가 점점 더 내릴 것이라는 기상예보가 있던 날, 홀연히 계획에 없던 인터뷰를 하기 위해 제주도로 떠났다. 나는 느닷없이 하고 싶은 일이 생각나면 꼭 하고야 마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궁금했던 어떤 이의 인생이 있었는데 영혼의 비상식량을 마치 식량처럼 사용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다.

쉰이 넘은 나이에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데로 사는 사람이기도 하고 마치 백과사전을 열어보는 것처럼 어떤 질문에도 거침없이 답을 하는 사람이기도 한데,  삶이 글인 듯, 글이 삶인 듯, 그런 삶을 살아가는 그의 마음 이야기가 나는 듣고 싶었다.

제주 공항에 도착하여 긴 파마머리에 검은 중절모를 쓴 그와 반가운 악수를 하는데 엄지손가락이 없었다. 차에 오르니 비 오는 날에 어울리는 클래식 선율을 따라 차이코프스키가 활짝 웃고 있다. 우리는 회국수로 유명한 식당을 찾았고 바다가 훤히 보이는 통유리 너머 여행객들의 웃음과 비가 버무려져 유쾌하게 걸어 다니고 있는 풍경을 보며 식사를 했다.

인심 가득한 사장님이 내어 온 국수에 한라산 한 병을 정겹게 나누며 우리는 금방 친구가 되었다.
인터뷰로 나눌 이야기는 자유와 행복이었다. ''자유가 존재할 때 인생은 행복할 수 있다는 말'' 그 말에 나는 무조건 동감했다. 국수 한 그릇에도 차별된 맛이 담겨있듯이 각자 서로의 인생 속에는 무수히 많은 넘실대는 자유가 있는 것 아니든가!

젊은이들이 빼곡하게 여행 온다는 월정리 해변가에서 우리가 선택한 카페는 "바람벽에 흰 당나귀"였다. 나의 영웅 백석도 초대해 놓고 그의 이야기를 꺼내 본다. 젊은날 사랑하는 아내와 제주 여행을 하다가 쉰이 넘으면 제주에 터를 잡으리라고 다짐했던 그는 지천명이 되던 나이에 주저 없이 배낭 하나 메고 제주로 여행을 오듯 삶의 터를 바꾸러 왔다고 한다.

아내에게 짐을 보내달라고 했을 때 그의 아내는 남편의 뜻을 따라 주었다 한다. 그가 살아온 삶이 주는 답이다. 유난히 키가 작은 그는 영혼의 자유인, 마음을 즐기는 여행자였다.

그는 가난한 시골에서 중학교 진학을 할 수 없는 설움에 서울이라는 낯선 도시로 밤 기차를 타고 올라와 서울역 어느 지점에서 땅콩 장사를 도우며 2년이란 시간을 보냈는데,  자신의 작은 몸무게보다 더 무거운 50킬로의 땅콩 자루를 아침마다 창고에 옮겨 주는 일을 했다.

넘어질 때 다시 일어서기 힘든 절망 속에서도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생존을 위한 긴 사투의  시간이 되었고, 생의 쓰고 고된 맛 속에서 무지한 자신을 발견하고 날이 새는 것 마저 잊은 채 혼자만의 공부를 했다.

한국사로, 세계사로, 미술의 세계로, 글의 세계로, 철학의 세계로, 온갖 세상에 존재하는 만권이 넘는 책을 읽으며 활자에 중독되어 갔다.

글을 쓰며 음악과 그림을 알게 되고 사람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한다. 생존이 아닌 마음이 가득 채워지는  삶이 되니  자유가 찾아왔고 어릴 적 알지 못했던 예술 속에서 꿈을 중년의 나이가 되어 발견했다고 한다.

무극의 대본을 써주는 작가가 되었으며 사람들과 꿈이 모이고 다가와 아름다운 날을 맞이했다고 한다. 그의 최종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인데 그가 쓴 글에는 비상하는 자유가 있고,  그 모든 것이 마음이 준 선물이라고  말 하는 그를 보며, 갑작스런 나의 성향으로 인터뷰하러 온 제주의 시간은 고맙고도 보람된 시간이었다.

시인 이정인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사무국장, 옳고바른마음 총연합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2019년 언론인협회 자랑스러운 교육인상을 수상했다. 컬럼니스트와 시인으로서 문학사랑에도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정인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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