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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의 샘터조롱박 108회] 내가 만나는 세상

기사승인 2022.12.22  09: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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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 사는 의미를 찾아서

▲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일요일 아침8시 반.

깊은 잠 속에 떨어질 일요일 새벽 6시 일어나 한 시간을 차로 달려서 아침용무를 보고 빈 속을 채우려 찾아 든 24시간 식당. 설렁탕에 해장국에 갈비탕을 파는 그곳엔 훤하게 불이 밝혀져 있고 분주함이 문 밖에 어른거린다.

문을 밀고 들어서니 의자가 있는 식탁에 세 팀이 앉아있고 신을 벗고 올라 앉는 방석자리에도 두 팀이나 앉아 있다. 피곤함을 따듯함으로 채우고 싶은 욕망에 신을 벗고 올라앉았다. 가운데쯤 자리를 하고 갈비탕과 해장국을 각각 시키고 마음을 내려놓는다. 대각선으로 구석자리에 이십 대 여자 둘이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띤 건 소란스러움이었다.

어찌나 크게 웃고 떠들던지, 시선이 간 그자리에는 벽에 기대여 다리를 쭈욱 뻗고 앉은 여자와 식탁 옆으로 비스듬히 한 팔로 머리를 받치고 누었는 아직은 앳돼 보이는 젊은 여자가 응수를 하고 있었다. 식탁엔 다 먹은 빈 그릇들이 버려져 있고 배부른 휴식시간인 것 같다.

대화 내용은 한 밤 내 술을 마시고 이제 서서히 깨어가면서 돌아갈 집에 있는 엄마의 잔소리가 싫고, 다른 친구가 사귀는 남자의 행동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며 까르르 거침없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식당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다들 탕 그릇에 머리를 숙이며 조용히 먹기에 전념하는 반면 그 둘은 소리도 높게 까르르 거리고 있었다. 서서히 거슬리고 신경 쓰이고 언제 일어나나 힐끔거리며 우리 순서에 나온 음식까지 마땅찮아 지는데 깍두기가 맛있단다.

부러 소리 내어 말하는 그 억양에 반감이 서려있다. 나만 그 소리에 민감한가 싶어 시끄럽지 않냐 했더니,‘뭔 소리?” 하는 남자와 ‘맞아, 쟤들 왜 안 일어나’하는 상반되는 반응. 다른 식탁에서도 무시하며 그저 묵묵히 먹고 일어나는 불편한(?)사람들. 그 이른 휴식의 아침시간엔 다른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제가끔 제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며 흐르는 그 시간.

나만 깨여 그들의 예의 바르지 못함에 거슬려 하고 찡그리고 있었다. 한마디만 하면 될 것을, 사람이 무서워서 말을 못한다.

“맛나게 먹었나요? 우리도 맛나게 먹고 싶은데 조금 소란스러운 것 같네요.”

“아! 네. 일어 날 거예요. 가자!”

다행스럽게도 정리하며 일어나는 젊은 처자들 덕에 미간이 펴지고 제대로 깍두기 맛을 느꼈다.

노경민 작가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노경민 작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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